'신약 임상시험…' 도전정신·근성있는 취재력 돋보여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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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병규 미디어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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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모두 38편이 출품됐다. 다른 달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출품작이었다. 하지만 수상작은 5편에 그쳤다. 취재보도부문이 2편, 기획보도에서 신문통신 부문과 방송부문이 각각 1편씩, 지역기획 방송부문에서 1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이 평소와 다름없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돋보이는 작품이 그만큼 적었다고 볼 수 있겠다. 또 괜찮은 기사이고, 당연히 보도할만한 가치가 충분했던 좋은 기사이지만, 수상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아쉬운 작품도 적지 않았다.
취재보도부문에선 수상작 두 편 모두 최근 사회적 쟁점이 된 권력형 비리사건을 다룬 작품이었다. ‘신정아씨 권력 비호 의혹 추적 보도’(조선일보 사회부 이진동 기자 등 5명)는 자칫 망각 속에 묻힐 뻔 했던 신정아-변양균 커넥션의 진상을 규명하는 단초를 연 기사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정아-변양균 씨 사건을 다룬 상당수 언론의 보도가 사건의 본류와는 관계없이 곁가지에 주목해 선정적으로 흘러갔던 점에 비춰서도 조선일보 이진동 기자를 비롯한 사회부 팀의 포커스가 계속 청와대 실세의 신정아씨 비호와 부당한 압력 행사 쪽에 맞춰졌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윤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수뢰 혐의로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과 뇌물을 준 모 건설사 사주와 만남을 주선해주었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동아일보 조수진 기자의 기사 역시 같은 이유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조수진 기자는 이 기사에서 정윤제 씨가 건설업자 사주와의 만남을 주선해주었다는 ‘검찰 진술’을 확보해 보도함으로써 본격적인 검찰 수사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이달의 기자상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작품으로는 세계일보 김동진 기자 등 특별기획취재팀의 ‘신약 임상시험의 숨겨진 진실’(기획보도·신문)이었다.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기사 아이템이지만,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어려운 아이템을 선정해 도전한 치열한 도전정신과 이를 실현해낸 근성있는 취재만으로도 좋은 평을 얻었다. 또 임상실험 피험자를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그동안 외부 모니터링의 사각지대였던 신약 임상시험의 가려진 이면을 설득력 있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특히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죽음을 눈앞에 두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있는 말기암 같은 환자들의 신약 임상시험 참여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KBS 시사보도팀 정재용 기자의 시사기획 쌈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기획보도·방송)는 방송 매체의 특성을 잘 살린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지역기획부문의 ‘여수참사, 200일의 기록’(KBS 순천방송국·임병수·서재덕 기자)은 너무 쉽게 잊곤 하는 우리 언론의 ‘건망증’에 역행한 진중한 탐사보도로 손색이 없었다. 이 기사는 지난 2월 10여명의 외국인 수감자들이 사상당하는 참사를 빚은 여수출입국사무소 화재 사건 이후 200일 이후 외국인 보호소는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꼼꼼하게 챙겼다. 또 여수 화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해 뒤늦긴 했으나 정부의 대책을 끌어낸 점 등은 언론의 사회적 약자 보호 기능 측면에서도 높이 살 만 했다. 어찌 보면 이런 기사 때문에 세상은 여전히 희망을 가져볼만 할지 모르겠다.
이번 이달의 기자상에서도 아깝게 탈락한 작품들이 꽤 있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협상 사실을 끈질긴 추적 끝에 보도한 한국경제 유병연 기자의 ‘HSBC, 외환은행 인수 협상’이나 특색있는 기획기사였던 중앙일보 유권하 기자의 ‘레나테 홍 할머니 망부가 기획보도’, 한국일보 사회부 김정우 기자 등의 ‘시민의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꾼다-노원구청 공무원들의 제안’ 등이 그랬다.
경향신문 강병한 기자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 검증 시리즈’나 KBS 박태서 기자 등의 ‘국제금융센터 특혜의혹 추적 보도’등은 대선 후보 검증 기사들로 주목을 받았지만,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대선과 관련한 기사나 기획들이 수상작에 포함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심사위원들 중 상당수가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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