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참사 2백일의 기록 / KBS순천(광주) 임병수 기자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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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순천(광주) 임병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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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1일 새벽, 후배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이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는 것이다. 사무실로 뛰어나가 아침 뉴스광장 전화연결을 시작으로 정신없는 며칠을 보냈다.
체포돼 출국을 기다리던 외국인 노동자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였다. 이중 쇠창살 속 검게 타버린 보호소 내부는 참혹했고 또 당황스러웠다. ‘국가기관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 ‘터질게 터졌다’ ‘총체적 안전 불감증’ ‘허술한 초동대처 화 키워’…. 당시 신문·방송을 장식했던 뉴스 제목들이다. 그러나 뜨거웠던 언론의 관심은 차츰 사그러들었고 48일 만에 치러진 합동영결식 이후에는 아예 꺼져 버렸다. 사건은 그렇게 잊혀졌다.
‘여수참사’를 흘러간 사건이 아닌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번 사건을 기본 틀로 우리사회의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뜯어보고 다시 꿰맞춰보고 싶었다. 외국인 백만명 시대, 그 가운데 불법체류자가 22만명, 더구나 그 수가 계속 증가하는 현실은 그런 욕심의 바탕이 됐다. 마지막 편집과정까지 불법과 합법을 넘나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계속 됐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든 밀린 임금 때문이든 분명히 불법의 영역에 서있는 사람들을 다루는 일은 쉽지 않았다.
취재과정에서 새삼 느낀 것은 소박한 원칙의 중요성이었다. 불법은 불법대로 분명 처벌받아야 하지만 체포, 구금, 강제출국으로 이어지는 국가기관이 개입되는 과정에서 그들의 권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바로 그 원칙. 어렵게 취재한 우리나라와 외국 보호소의 극과 극을 달리는 현실은 그런 생각을 더 굳게 했다.
여수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부상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고 출입국관리소를 구금시설이 아닌 보호시설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여전하다. 여수사건 이후 중단됐던 불법체류자 단속도 지난 8월부터 다시 시작됐고 이미 양산된 불법체류자 22만명을 어떻게 처리할 지를 두고 지금도 줄다리기는 팽팽하다.
계속될 사회적 논의와 합의과정에서 ‘여수참사 2백일의 기록’이라는 이 프로그램이 작은 판단의 근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만드느라 몇 달 동안 자리를 비웠다. 한 사람이 아쉬운 지역국의 현실에서 묵묵히 내 몫까지 감당해준 순천방송국 기자동료들에게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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