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도 안되는' 연예기사 넘쳐난다

드라마 줄거리·연예인 발언 등 TV모니터 기사 하루 수백건씩


   
 
TV모니터를 주 내용으로 한 연예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예인이 방송 오락물에 출연해 발언한 내용이나 드라마의 줄거리를 담은 ‘TV모니터 기사’가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져 나오면서 전문가들은 물론, 독자들 사이에서도 ‘공해’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연예, 드라마, 방송 관련 뉴스를 보면 TV모니터 관련 기사가 약 절반을 차지한다. 본보 조사결과, 지난 7일 D 포털에 실린 전체 연예기사는 약 8백건을 넘었고 10일에도 6백60여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절반가량이 TV모니터 기사인 것으로 볼 때, 하루 평균 약 3백~4백건의 모니터 기사로 생산되고 있는 셈이다. 같은 날 게재된 정치기사가 각각 6백여 건 정도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연예기사가 넘쳐나고 있다. 이는 다른 포털 사이트도 마찬가지로 같은 날 N 포털에 실린 전체 연예기사는 1천~1천2백건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TV/연예 부분 기사만 2백 여건에 달했다.

이처럼 TV모니터 기사가 범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3~4년 전 포털이 뉴스의 주 공급처로 떠오르면서 매체의 파워보다는 유통을 중시하게 됐고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단순 연예기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포털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매체들이 속보 경쟁에 의해 TV모니터 기사를 쏟아냈고 이것이 네티즌에 좋은 반응을 이끌게 되자, 최근 스포츠지, 일간지 등에서도 쓰기 시작했다는 것.

한 인터넷 신문 엔터테인먼트부 기자는 “최근에는 연예인 가십성 이야기뿐 아니라 드라마 시작 전 줄거리를 기사화하고 방송이 끝나면 시청률을 포함, 재탕해 쓰기도 한다”며 “TV모니터 기사는 발품을 덜 들이면서도 메인화면을 장식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여기에는 몇 년 전 스포츠신문들이 주로 다루던 ‘스캔들’기사의 몰락도 한 이유가 됐다.



 
한 신문사 연예부 기자는 “예전에는 연예인과 그 관계자 등의 이야기가 80~90% 이상 다뤄지고 이들 간의 스캔들의 주된 기사 거리였지만 지금은 네티즌들이 기자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의미가 많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TV모니터 기사들이 연예인들이 TV에서 한 발언이나 행동 등 신변 잡기형, 가십성, 뒷담화성 뉴스만을 생산하면서 연예 저널리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네티즌이나 독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것도 기사가 되느냐”는 지적을 제기되고 있는 등 TV모니터 기사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헤럴드경제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는 “TV모니터 기사도 대형 특종, 단독 보도 혹은 의미있는 발언 등이 나왔을 때는 사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기사들은 단순한 가십성에 불과해 기자와 매체의 자체 의미와 수준을 깎아 먹고 있다. 연예 기사의 독자성, 전문성을 위해서라도 이같은 보도는 자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email protected]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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