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끝내 결별 선언

내달 2일 신매체 창간 발대식 예정



   
   
 
삼성 기사삭제 사건으로 촉발돼 자유언론 수호의 기치를 내걸고 1년 동안 사투를 벌여온 시사저널 노조가 결국 ‘노사 결별’을 선언했다.


시사저널 노조(위원장 정희상)는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 시사저널 사옥(청양빌딩) 앞에서 조합원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결별 기자회견’을 갖고 “25일 총회를 열어 파업기자 전원은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시사저널로 복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기사 삭제 사건에 항의한 편집국장의 사표를 하루 만에 수리하고 기자 23명 가운데 18명을 징계하고 기자들이 파업하자마자 짝퉁 시사저널을 발간하며 직장폐쇄를 단행한 경영진이지만 합리적 해결을 기대하며 1년간 꿋꿋이 싸웠다”고 말했다.


노조는 “협상과 결렬을 수차례 반복하면서도 시사저널에 대한 애정을 접지 못해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며 “(경영진은) 편집인, 경영자, 사주의 권리만을 주장하며 온갖 변명과 거짓말로 기자들의 뒤통수를 치면서 사태를 파국으로 몰아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이제 편집권은 편집인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편집인과 기자에게 복종만을 강조하는 경영진, 언론을 공산품처럼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다고 여기는 사주가 독립 언론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파업기자 전원은 회사에 사표를 내고 시사저널과의 인연을 끊는다”며 “자부심을 갖고 젊음과 열정을 바쳤던 일터에서 쫓겨나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기자들은 독립 언론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이날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기자들의 마지막 편지’라는 글을 통해 “우리는 밥벌이 앞에서 신념을 저버릴 수 없었다. 싸움에 지쳤을 때 1년 전 그날을 다시 떠올리곤 하지만 백번을 생각해도 답은 같았다”며 “독자 여러분께 시사저널을 끝까지 지켜 주지 못해 죄송하다. 우리를 끝까지 지지해주어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단식 8일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정희상 위원장은 “이번 노조의 결별선언에 대해 파국, 기자들의 패배라는 평가가 있지만 명분 면에서 이미 이긴 싸움”이라며 “독립 언론의 새 장을 열었다고 생각하며 권위 있는 매체를 창간하도록, 자본권력의 횡포 앞에 또다시 스러지지 않도록 도와 달라. 아울러 심상기 회장은 시사저널을 상호를 돌려 달라”고 당부했다.


노조는 기자회견 직후 시사저널 편집국이 자리한 청양빌딩 5층으로 자리를 옮겨 파업 기자 전원과 독자들이 시사저널 편집국 명패 앞에 흰 국화를 놓는 ‘결별의식’을 가졌다.


한편 노조는 신매체 창간 발대식을 다음달 2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8층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곽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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