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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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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출장품의서는 해외출장서를 올려야한다. 새삼 대한민국이 섬아닌 섬나라임과 함께 분단의 현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
한국기자협회가 언론재단, 국정홍보처와 함께 마련한 ‘기자개성공단 방문행사’는 기대보다 뜻이 깊었다. 개성공단 가는 길은 마치 종교성지를 가는 것 같았다. 반바지를 입으면 안되며 가서 말조심 해야된다는 안내 DVD와 함께 다시금 북한을 가는 약간의 긴장감이 일었다. 하지만 이전에 금강산을 다녀온 터라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마침 지난해 금강산 갈 때처럼 기자협회가 북한을 가는 길이 시계가 확 트였다. 북녘 하늘이 이처럼 우리 기자놈들을 잘 대접해주어 황송하다. 동승했던 초로의 선배 기자는 남산에서도 개성 송악산이 보일 것이라고 했다.
북한 안내원들이 금강산쪽보다 훨씬 친절한 것 같았다. 아니 한 번 익숙해지니까 사람 마음이 간사해서 그렇게 느껴진 것인지 모르겠다. 그 이전에 안내원 여성 동지 있을 때는 살벌했는데 그 ‘뚱땡이’ 안내원이 금강산으로 간 것 같다고 3년을 개성으로 출퇴근하며 ‘막일’을 하시는 홍모 아저씨가 개성행 통근 버스를 갈아타면서 전했다.
이전에 개성 가기전 DMZ 생태 답사를 할 적에 철책선 턱밑까지 갔는데 이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통과해서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곳에서 환경운동 하시는 분 얘기를 들으면 남쪽 개발이 하도 심해 새들조차 철책선 안으로 날아들고, 심지어 이쪽에서 월동을 하거나 한 철을 보내던 철새들도 아예 ‘월북’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동행했던 한 기자는 판문점 바로 밑에 H기업에서 대형 아파트를 짓고 있다고 했는데 글쎄 이 경우를 생각하면 어떻게 봐야할지 좀 난감하긴 하다.
여하튼 개성공단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우리쪽 경의로 출입 사무소에서 건너편 북한 출입 사무소로 닿자 마자 바로 지척에 보인다. 여느 산업공단 치고는 아직 작은 편이지만 각종 기반시설이 들어서면서 ‘민족의 공동번영’이라는 꿈과 함께 자라가고 있는 공단이다. 심어져 있는 나무들이 아직 가지를 활짝 다 펴지는 않았다. 한 10년은 돼야 가로수다운 티가 날 터이다.
개성을 소개하는 공단관리위원회 안내원과 현대아산 안내원이 다 북한 여성 동지들인 점이 이채로웠다. 그들은 어느새 ‘우리’ 개성공단, ‘우리’ 현대아산 하면서 우리를 갖다 붙이면서 소개하고 있었다. 그만큼 남북 협력 사업으로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증거다. 남북의 개성이 합쳐 우리의 개성이 되면 그만큼 풍성할 터.
남과 북이 같이 어울려 운영하는 편의점, 병원, 관리위원회, 소방서 모두가 생생히 ‘진행형인 통일’을 보여주고 있었다. 통일이라는 것이 추상이 아니라 같이 어울려 일하고 같이 담소하고 같이 사는 것 아니겠는가. 6·15 통일시대를 환영한다는 개성시내 문구가 새롭게 다가왔다. 이전에 개성 직할시는 개성공단이 들어서면서 한 소속 군을 내주고 황해북도 개성시로 강등됐다는 점도 이번에 새로 알게됐다.
본드냄새가 진동하는 공장에서 열심히 신발창을 조립하는 북한 여공에게 몇시간 일하냐고 물었더니 8시간 일한다고 했다.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는데 여건상 그렇지 못했다. 개성 시내를 버스를 타고 가면서 길거리를 개성 시민들과 같이 거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개성 고려박물관에서 류인옥 안내원 동지의 역사에 대한 해박함은 혀를 내두르게 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선죽교가 생각보다 작았던 것도 인상적이다.
나의 출입처는 북한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출입처인 북한을 제대로 드나들지 못하고 있다가 이렇게 모처럼 찾을 때면 그지 없이 좋다. 나는 북한이 좋다. 개성에서 퇴근을 하니 집이 고양시인 관계로 평소 때보다 10분정도 더 일찍 온 것 같다. 이제는 개성으로 출퇴근을 해도 될 것 같다. 개성주재 기자. 해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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