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FTA 분신 / 한겨레 이종근 기자

전문보도부문(사진)


   
 
  ▲ 한겨레 이종근 기자  
 
상이란 받으면 좋은 것이 틀림없다. 이 분 저 분한테 들리는 축하소리, 그저 나쁘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결과물이 좋다고 모든 과정이 좋을 리 없겠지만, 내 경우가 바로 그렇다.

기자협회에서 시상하는 이달의 기자상에 이번 경우를 포함해 두 번째 받는다. 지난 2004년 고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무장단체에 납치·살해되었던 소식을 듣고 오열하는 동생의 모습을 취재 한국기자상과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이번 경우는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한 노동자의 분신을 취재해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다.

두 취재물의 공통점을 보면 내겐 꽤 곤혹스럽다. 먼 이국땅으로 돈을 벌기 위해 갔다 예기치 못한 자신의 운명을 대신 한탄하며 울부짖는 동생의 모습과 그 뜨거운 불길 속으로 자신이 몸뚱어리를 던지며 자유무역협정을 막으려 했던 한 노동자의 몸짓. 울부짖는 동생과 불구덩이 속에 있는 노동자와 나와 현실적인 거리감은 초점거리 0.5미터에서 5미터에 지나지 않지만, 카메라 뷰파인더로 느낀 현실적인 거리는 아득했다.

‘케빈 카터’. 대개는 그 이름보다 1994년 퓰리처 수상작인 ‘수단의 굶주린 소녀’의 사진을 기억할 것이다. 독수리 앞에 엎드려 있는 사진. 이 사진이 발표되자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사진을 찍기보다는 먼저 소녀를 도와야 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한 부담이 컸을까? 그는 1994년 7월, 친구와 가족 앞으로 편지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3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러나 최근에 나온 한 책에 따르면 “사진을 찍었던 순간의 상황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현장에 있었던 동료 조아오의 진술에 따르면 사진을 찍었던 순간에 아이의 엄마가 옆에 있었으며, 독수리 역시 우연하고 찰나적인 등장이었던 것이다.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이런 황당한 상황 속 사진 한 장이 재능 있는 사진작가를 자살로 몰고 간 것이다.”

정말 극적인 사진과 그 전도가 양양한 사진기자의 운명 치곤 너무 허탈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왜, 지금 머리속에 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번 한국기자상을 타고 수상 소감을 밝힐 때 다음 번에는 희망이 샘솟고, 사진을 보면 환한 함빡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그런 취재를 해 신문에 싣고 싶고, 그런 사진으로 상을 받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그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다. 아마 평생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전히 노력은 해야겠다. 다시금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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