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위, "번역 기사도 표절"

출처 밝히지 않은 기사 30건 적발

언론사 국제부 기자들이 관행적으로 해외 ‘번역’ 기사를 싣고 있지만 이 역시 심각한 ‘표절 행위’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위원장 강신욱·이하 윤리위)는 5월 한 달동안 나타난 표절관련 기사 50여건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여기에는 해외 언론사 기사를 번역해 썼음에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 적발된 사례만 30여건이 넘었다. 이중 출처를 밝혔더라도 전체를 밝히지 않아 적발된 사례도 15건에 달했다.

윤리위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나머지 인용구에서 상당 부분이 특정 매체의 기사의 실체적 내용인데도 해당 신문사가 직접 취재해서 작성한 것처럼 오인하게 했다”고 밝혔다.

직접 취재하지 않고도 마치 현지에서 쓴 기사처럼 기술된 것도 번역식 표절기사에 해당한다.

중앙일보 5월5일자 13면 ‘시베리아 횡단 1만km 초호화 유람열차/레일 위의 호텔 달린다’ 기사가 대표적 사례다.


중앙은 기사에서 “(전략)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세계 최장 1만km 철길을 오갈 유람열차 ‘즐라토이 아룔(황금독수리)’호가 6일 첫 운행에 들어간다…블라디보스토크까지 14일이 소요된다”라고 보도했으나 현지 취재가 아닌 상태에서 기자가 사이트와 외신을 종합해 적은 기사다.

해외 기사를 그대로 베껴 적고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한국일보 5월1일자 15면 ‘스페인, 자국기자 포격 살해 미군 기소’, 머니투데이 5월10일자 21면 “페라리 몰고 싶으면 2년만 기다리세요” 등의 기사는 각각 AP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그대로 번역해 적었지만 내용을 줄이고 일부 표현을 바꿔 출처를 전혀 밝히지 않은 채 마치 자사 기사처럼 자사 기자 이름만 밝혔다는 이유로 적발됐다.

특파원이 현지에서 썼더라도 직접 취재한 것이 아니라면 출처를 밝혀야 함에도 자사 특파원 이름만 명기한 사례도 지적됐다.
하지만 국제부 기자들은 한국 언론의 여건 상 이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지 국제부 한 기자는 “언론사 국제부 기자는 특파원을 포함해 보통 10명 내외인데 매일 한 면 이상을 채워야 하는 현 실정에서 일일이 직접 취재하라는 것은 맞지 않는 논리”라면서 “한국 언론에서 국제부 기자라는 개념은 ‘편집자’적 시각으로 많은 해외기사 중 중요한 기사를 가려내고 번역하는 일을 맡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다른 종합지 국제부 기자는 “아무리 짧은 기사라도 출처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은 누구를 위한 처사인지 의문”이라면서 “원고지 4~5매 분량의 짧은 기사에서 여러 기사의 팩트를 나열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모두 출처를 밝힌다면 독자들이 읽기에도 번거로운 기사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표절 관련 심의를 맡고 있는 윤리위 한 관계자는 “기사도 창작물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해외 기사 번역도 엄연히 표절”이라며 “10단락의 기사를 작성할 경우 최소한 6단락 이상은 자신이 직접 취재해 쓴 내용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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