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켜·며] 자기 모순

“남북 간의 ‘6·15선언’은 서로가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는 대전제 하에서 비롯된 것… (북한의 조선일보 기자 입북 거부는) ‘서로 다름’ 속에서 공존·상생하자는 ‘6·15정신’의 근본 취지를 탈색시키는 것밖엔 안 된다.”

조선일보 6월 27일자 사설이다. 비록 북한의 입북 거부로 나온 사설이지만 북한이라면 무조건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던 조선일보이기에 ‘다름 인정’과 ‘공존·상생’을 주장한 것은 남북 화해와 공존이 전사회적 공감대임을 실감나게 했다.

“북한이 지난 90년 이후 벌여온 ‘8·15 범민족대회’를 올해는 갖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범민족대회’ 운동은 남북의 진정한 공존과 화해가 아닌, 대남교란 전략 또는 그것을 위한 통일전선 전략이었음이 북한의 이번 결정으로 분명히 입증되었다는 점이다.”

며칠 뒤인 7월 4일자 조선일보 사설이다. 이 사설에서 남북 화해와 공존을 느끼긴 어려웠다.

사설이 주장하는 바는 보기에 따라서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고, 달리 해석할 수도 있어 보인다. 따라서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슨 일이건 될 수만 있으면 ‘북한은 나쁜 놈’이라는 쪽으로 해석하고 이를 외쳐야 직성이 풀리는지 답답했다.

6·15정신이 단순히 정부 사이의 합의가 아니라 양측 사회 간의 합의를 정부가 대표한 것 뿐이라면 자유주의 언론이라도 ‘무조건`나쁜놈’ 식의 해석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6·15정신이 정부 사이에만 통용되는 정신이라면 조선일보의 이런 사설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 동시에 조선일보도 북한에 비정부 관계자인 조선일보 기자의 입북 거부를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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