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정부가 발표한 ‘취재지원시스템 선전화 방안’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8개 부처의 기사송고실이 중앙정부청사, 과천청사 등으로 통폐합된다. 일선 기자들 사이에서는 송고실의 혼잡함, 공무원 접근 제한 등의 이유를 들어 경찰 기자실 못지않게 불편함이 가중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부·건교부·문화부·정통부·해수부·국세청·방사청·예산처 등 8개 부처 간사 및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송고실의 현재 운영 현황과 통폐합의 문제점 등을 들어본다.
“기사 담합 아닌 필터링 과정”
외교통상부 구용회 간사(CBS)
외교부 상주 기자는 통상 30개사 40여명 안팎이다. 정례브리핑은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지만 비정기 브리핑도 수시로 진행된다. 북한의 핵실험, 남북정상회담 등 현안이 떠오르면 비정기 브리핑의 중요성은 그만큼 커진다.
외교부는 ‘외교안보’라는 민감한 부분을 다루는 만큼 다른 부처보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중요하다. 정부와 언론 간 소통도 상시로 진행된다. 예컨대 정부가 다른 나라 정부당국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말 것을 주문할 경우 그 배경을 인지해야 함은 물론, 공개할 수 있는 범주에서 기사를 써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기사 담합’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오히려 ‘필터링 과정’이라고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나라의 명운을 건 일을 담당하면서 정부 안과 밖의 흐름을 읽어내고 걸러낸 상태에서 보도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안’대로 진행되면 무한 경쟁체제 하에서 이같은 점이 얼마나 지켜질지 의문이다.
풀기자 문제도 있다. 외교부는 통일부와 마찬가지로 한·중·일 정상회담 등을 취재할 시엔 풀기자단을 구성한다. 지금은 기자단에서 관할하지만 기자단이 해체되고 나면 이 모든 과정을 정부가 행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또한 오랜 기간 취재를 해온 기자들이라면 모를까, 초입자는 외교부 취재가 더욱 힘들 것이다. ‘취재의 약자’가 생긴다고 보면 확실하다.
“장소만 옮긴다고 선진화 되나”
건설교통부 김문권 간사(한경)
건교부는 인터넷 기자들을 포함해 약 20~30명의 상주 기자가 있다. 브리핑 및 송고실에는 30여석 정도 마련돼 있으며 등록기자는 약 1백여명인 것으로 알고 있다.
건교부도 여타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관료들과의 스킨십이 떨어지는 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출입제한도 문제지만 부처와 브리핑, 송고실 장소가 따로 떨어져 있어 브리핑 역시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 도로, 교통 등 국민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많은 건교부이기 때문에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절실한데 이 역시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홍보에 혈안이 된 기업체들의 입장을 두둔하는 기사가 많아질 우려도 있다.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 부족, 당국자들과의 스킨십 부족, 업계에 대한 입장 대변은 결국 정부정책 비판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시행 초기에는 기자들이 브리핑 장소로 이동하겠지만 물리적으로 힘들고 브리핑에 알맹이가 없다면 기자들은 자료만 요청하고 브리핑 장소로는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때문에 정부가 브리핑 장소만 옮긴다고 해서 취재시스템이 선진화된다고 믿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현안 발생시 혼란가중 불 보듯”
문화관광부 정천기 기자(연합)
문광부는 지난 2003년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 부임 이후 ‘홍보운영방안’을 내놓으면서 기자실을 이미 없앴다. 그 당시 출입제한, 기사송고실 및 브리핑룸 신설 등이 모두 진행됐다.
4년이 지난 지금, 기자들의 발길은 자연스레 뜸해졌다. 기자와 관료들 간 스킨십도 눈에 띄게 줄었고 결국 기자단도 해체됐다. 애초 문광부 출입 기자들이 각 사의 문화부에 예속돼 있어 다른 부처를 동시에 담당하느라 타 부처에 비해 스킨십이 그리 높지도 않았지만 더 줄어든 것으로 보여진다.
어찌 보면 문광부는 이미 ‘선진화’방안(?)에 가장 가까운 형태다. 기자들의 다른 부처나 기업체 기사송고실로 자리를 옮길 것을 빼면 정부 ‘안’으로 브리핑 장소만 바뀌는 것일 뿐 이라는 생각이 자리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 지난해 ‘바다이야기’사건으로 문광부가 북새통을 이뤘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평소 브리핑 및 송고실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문광부 출입기자들이 갑작스런 좌석확보 등으로 혼란을 겪을 것은 예상되고도 남는다.
“감시기능 부재가 가장 큰 문제”
정보통신부 고기완 간사(한경)
현재 정통부는 기사송고실 겸 브리핑룸을 사용하고 있다. 요일별로 상주 기자 인원은 달라지지만 대체로 25명 내외다. 정례브리핑은 사실상 없어졌고 브리핑이라고 할 만한 것은, 공보관이 월요일마다 보도자료와 일정, 일부 정책해설 브리핑을 하는 정도를 들 수 있다.
기사송고실이 폐쇄돼 기자들이 겪는 불편함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공무원 ‘감시 기능’ 부재에 있다.
정통부 건물 8층에는 ‘KT’가 자리해 있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정부와 기업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는 것이다. ‘통신’은 국민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 부처의 자의적인 정책결정과 집행에 대한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감시 역할을 해온 기자들이 사라지면 공무원들이 부정부패에 노출할 가능성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또한 기사송고실을 단순히 ‘기자들의 기사 쓰는 공간’ 정도로만 접근하는 것도 문제다.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홍보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수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정부청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국민과 간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스킨십 저하로 홍보성 기사만…”
해양수산부 임수근 간사(YTN)
해수부에는 약 6명의 기자들이 상주한다. 방송기자들은 상주하지 않는 편이며 국제신문, 부산일보 등 해수부가 중요한 출입처인 지역 언론이나 일부 신문사, 경제지들이 주를 이룬다. 이 외에도 10여명 정도 상시로 오가는 기자들이 있다. 처음 해수부 기사송고실은 10석 정도로 운영되다가 지금은 12~13석 정도로 정착됐다. 매주 수요일 정례브리핑이 있으며 수시 브리핑도 일주일에 2~3번 정도 열린다.
정부 안에 따르면 해수부는 1청사로 옮기게 된다. 해수부를 맡고 있는 기자들 중 상당수가 다른 경제부처를 함께 맡고 있어 그동안에도 여러 부처를 다니며 취재해왔다. 때문에 해수부와 1청사를 오가는 것은 크게 문제되지 않으리라고 본다.
다만 관료들과의 스킨십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 우려된다. 브리핑 때만 만나게 되면 정부가 홍보할 내용 이상을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해수부가 다른 경제 부처에 비중이 높지 않아 송고실 좌석이 확보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장거리 이동 불편, 사전 스터디 불가능”
기획예산처 윤근영 간사(연합)
예산처에 상주하는 기자는 평소 4~5명 정도이며 사안이 발생하면 20여명이 출입하기도 한다. 브리핑은 오찬간담회 등을 열어 식사를 하면서 현안을 알려주며 Q&A식 형태로 진행됐다.
문제는 예산처의 경우 과천 통합 브리핑 및 송고실로 이동하게 되는데 브리핑을 들으러 과천까지 갔다가 다시 예산처에 와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예산처는 그동안 한 사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일주일 전 사전 자료를 배포해 왔다. 정부 예산이라는 것 자체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국정감사 자료에 맞먹는 방대한 책자를 미리 검토하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기자들과의 소통이 힘들어지면 엠바고가 사라져 이러한 스터디 과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수치를 꼼꼼히 체크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기사 완성도 하락·기자 업무과중 자명”
국세청 최석환 기자(머니투데이)
국세청은 정례브리핑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정책부서별 수시 브리핑을 열고 있다. 상주기자만 20명 안팎이며 브리핑룸과 송고실이 함께 붙어있는 형태이다.
기사송고실과 국세청을 오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브리핑이 정해진 시간이 열리는 게 아니라 수시로 있게 되면 놓치는 정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리와 시간 상 양쪽을 모두 다니는 것이 힘든 것도 사실이다.
부처 감시가 소홀해지는 것도 문제다. 또 출입 제한으로 공무원들이 의도하면 얼마든지 만나지 못하는 것도 우려된다. 거리에서 쏟는 시간과 출입 제한 등을 생각해보건대 단기적으로는 기사의 완성도 하락을, 장기적으로 기자의 업무과중을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방부 기자들 출입 큰 변화 없을 듯”
방위사업청 강갑수 간사(세계)
방사청은 국방부 기자단이 커버해왔다. 방사청에서 사안이 발생하면 국방부로 차가 와 기자들이 방사청으로 이동, 브리핑 후 돌아오는 시스템으로 운영됐다. 방사청에 상주하는 기자들은 거의 없는 상태다.
방사청의 경우에는 현 정부안으로 기자들이 겪는 불편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들이 브리핑을 위해 국방부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길 수는 있어도 기자들은 그렇지 않다. 단독 청사에서 진행돼온 브리핑의 경우와는 다르다.
곽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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