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주·장] 권력의 언론 견제 곤란

법원의 잇딴 검찰 승소 판결을 우려한다

현직검사 22명이 문화방송의 법조비리 보도와 관련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에 대한 법원의 강제 조정 결정이 나왔다. 그 주요 내용은 이렇다. “문화방송은 검사 1인 당 1000만 원씩 2억2000만 원을 지급하고 정정 보도하라.“

우리는 이런 결정을 접하며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검사 집단은 근년 들어 언론 보도에 무슨 꼬투리만 잡히면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 재판부는 예외없이 그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도대체 법조계가 왜 이러나. 어느 매체의 표현대로 언론과 전쟁을 하자는 것인가.

문화방송의 법조 비리 보도와 관련 검사들은 일부 인사들에 대한 내용을 가지고 검찰 조직 전체에 부정이 만연한 것처럼 허위, 과장, 편파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남부지청에 근무했던 검사 22명은 그 보도가 전체를 매도했으므로 대신 명예회복에 나섰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가 명예훼손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이 사건의 큰 쟁점이었다. 결국 재판부는 ‘원고 적격성’을 인정한 셈인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러면 전국의 모든 검사가 소송에 나서면 다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가. 도대체 재판부는 일반 시민의 경우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특정인이라도 명예권을 이렇게 보호한 적이 있는가.

검사들은 그들이 문제 삼은 보도 내용을 문화방송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것에 대해 문화방송 측은, 비리 수사의 경우 주체가 검찰이지 언론사가 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그런 류의 공방으로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저 유명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이다. 그 사건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공인의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그 보도가 허위라는 것을 소송당사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미 1964년에 나온 판례다.

이번 재판을 맡은 남부지원은 그런 판례를 정면으로 뒤집은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주체적인 판단이라 존중할 수 없음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 재판부가 정정보도문에 대해서 검사 집단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고, 문화방송 측의 주장을 단 한 줄도 배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이른바 조정위원회라는 것이 3차례 열렸지만, 그건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검사집단이 ‘언론 권력에 대한 견제’를 빌미로 그들이 우리 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임을 과시하려는 행태에 대해서 크게 우려하고있다.무엇보다 그것 때문에 언론의 보도자유가 심각히 위축되고 있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전 언론계가 공동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들과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권은 서로 상충할 수 있지만 반드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언론과 검찰도 상호 견제를 하면서도 본질적인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 재판부가 이 점을 잘 알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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