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느리지만 철저...한국언론 적용은 무리

전·현직 특파원들이 말하는 선진국 취재지원시스템

프랑스 Paris
느리지만 철저한 것 좋아해...한국언론 그대로 적용은 ‘무리’

함혜리 서울신문 논설위원(2003∼2006 파리 특파원)



   
 
  ▲ 함혜리 논설위원  
 
프랑스 정부 부처는 기자실 혹은 기사송고실을 두고 있지 않다. 일부 기사 전송 시설이 갖춰진 소형 프레스룸이 있긴 하나 철저히 브리핑제 중심이다. 기자들은 평소 정례 브리핑을 듣고 개별 대면 접촉, 인터뷰, 전화통화,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해 취재를 한다.

2003년 8월부터 3년 3개월간 파리 특파원을 지낸 서울신문 함혜리 논설위원은 “이같은 프랑스의 취재환경을 우리 언론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스템은 문화로부터 조성되지만 프랑스와 한국은 언론의 전달 속도, 저널리즘 유형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함 위원은 “프랑스는 느리지만 철저한 것을 좋아하는 민족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한국처럼 치열한 속보 전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당연히 저널리즘도 ‘기획성 짙은 피처 기사’ 위주로 편성된다. 한국의 취재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프랑스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도 우리와 비교된다. 프랑스는 대통령궁, 총리관저 등 대규모 부처는 물론 시내 소규모 박물관에도 ‘프레스컨택’(홍보실, 공보처)을 두고 있다. 사이트만으로도 배경취재가 가능할 만큼 방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각 부처에 등록된 기자들에게는 간담회, 기자회견 등의 자료를 매번 이메일로 발송해 준다.

그러나 함 위원은 프랑스에서의 취재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랑스가 주변 서부유럽 국가인 영국, 독일 등에 비해 훨씬 폐쇄적인 취재환경을 지니고 있어서다.

그는 “프랑스 공무원의 철저한 ‘국가관’은 네거티브 한 취재를 힘들게 했고 프랑스 특유의 ‘느림·철저’의 문화도 즉각적인 답변이 돌아오지 않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또한 매번 사전 약속을 통해서만 방문 취재가 가능하다는 점도 아시아의 소국 한국 특파원에게까지 기회가 돌아오기가 쉽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같은 점은 자국의 기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지만 전문기자제가 발달한 프랑스에서는 기자 개인의 충분한 인적 네트워크로 이를 돌파한다. 함 의원은 “정부부처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공무원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함 위원은 “이번 정부안이 지탄받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언론의 어려운 취재환경을 고려치 않고 선진 시스템부터 적용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언론이 상대적으로 가까운 프랑스에 비해 오랜 군사독재 시절을 겪은 한국은 정부와 언론간 거리가 멀고 견해차 역시 크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의 형식을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며 “시스템상의 문제는 언론과 정부가 함께 고쳐가야 하며 우리가 처한 상황에 맞는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곽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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