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을 보도한 언론들이 선정적 보도를 하거나 경제지의 경우 지나친 온정주의적 보도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요 신문들은 지난달 26일 한화 김승연 회장의 북창동 ‘보복폭행’사건과 관련해 비판적인 기사들을 쏟아냈다. 한겨레의 보도 이후 각 사는 경쟁이라도 하듯 김 회장 보복폭행을 집중적으로 기사화 했다.
신문들은 ‘김승연 회장 전기봉으로 직접 폭행’ 등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선정성 논란의 불을 지폈다.
조선일보는 14일 “김회장이 청계산서 전기봉·쇠파이프로 때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회장은 청계산 인근 빌라 공사장에서 S클럽 종업원들을 폭행하는 과정에 길이 1백50m짜리 ‘금속성 건축자재’로 피해자를 때렸다고 경찰은 영장에서 밝히고 있다”고 썼다.
이어 “김 회장은 또 피해자 한 명의 머리에, 다른 피해자의 목에 각각 전기봉을 대고 한 차례씩 전기충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도 이날 “전기충격기·건자재로 직접 구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오후 9시40분쯤 공사 현장에 도착한 김 회장은 조모·김모씨에게 전기봉으로 한 차례씩 전기충격을 가한 뒤 “네가 내 아들을 때렸느냐”며 조씨를 주먹과 발로 수십차례 때렸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신문들은 “김승연이 가죽장갑 끼고 때렸다”(한국, 1일자), “金회장이 가죽장갑 끼고 무차별 주먹질”(경향, 1일자), “보복폭행에 3개 폭력조직 개입”…맘보파 두목에 3억원 대가설(조선, 10일자), “복도에서 제 왼쪽 목덜미를 주먹으로 때렸습니다”(조선, 11일자), ‘전기봉·80억 요구 법적공방 예고’(서울, 14일자), ‘피해자 80억 요구설 집중조사’(세계, 14일자) 등의 기사를 쏟아냈다.
경제지들의 온정주의 보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경제지 사설의 경우 사건의 본질보다는 온정주의, 옹호성 위주의 물타기식 보도라는 지적이 일었다.
서울경제는 6일자 사설에서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 할 대기업 총수로서 폭력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번 사건을 지나치게 여론재판식으로 매도하는 것, 개인적 사생활을 들추어 불필요하게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헤럴드경제는 한발 더 나아갔다. 헤경은 8일 ‘김 회장 사건 뒤 가려진 것들’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재벌이 영웅심이든, 깊은 아버지의 정이든 저지른 순식간의 개인적인 폭행을 갖고 반기업 정서를 전사회적으로 번지게 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제지들이 드러내놓고 김 회장을 두둔하는 듯한 기사를 내놓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아시아경제는 8일 온라인과 9일 보도를 통해 ‘총수들의 애틋한 ‘부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는 “재벌총수들의 자식사랑 역시 여느 아버지와 다를 바가 없다”며 “김승연 회장도 세 아들 모두 사춘기시절부터 미국에 장기 유학을 보내면서 소위 ‘기러기 아빠’ 생활을 장기간 보냈다. 김 회장은 자식이 보고 싶어 매일 전화를 하기도 했고…” 등의 내용을 실었다.
이에 대해 고려대 민영 교수(언론학부)는 “전반적으로 범죄 보도가 현실보다 과잉되게 나오는 것은 저널리즘의 감시기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특히 사건이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어찌어찌 될 것이다’는 등의 추측성 기사를 내보냄으로써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 역시 지양해야 할 언론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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