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감시 위축' 우려 높다

검사들 언론상대 명예 훼손 잇딴 승소, 개개인 특정 안한 보도 집단승소 특히 문제

검사들이 언론의 비판적인 보도와 관련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잇따라 검찰의 손을 들어주고 있어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언론이 특정 개개인을 명시하지 않고 검사들의 비리 의혹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법원이 명예훼손을 인정하는 결정을 내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제4민사부는 지난달 28일 MBC의 ‘대전 법조비리 검사 연루’ 보도와 관련해 서울지검 남부지청 검사 22명이 MBC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검사 1인당 1000만 원씩 2억2000만 원을 지급하고 정정보도하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남부지청 검사 22명은 지난해 4월 16일 MBC가 같은해 1월 7일부터 2월 7일까지 뉴스를 통해 대전 법조비리와 관련 검사들도 돈을 받고 변호사들에게 사건을 알선해 줬다는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검사 전체를 비리집단인 것처럼 매도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검사 1인 당 5000만 원씩 모두 11억 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었다.

MBC측은 법원의 결정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서도 한겨레신문의 ‘검찰 자기식구 싸고 돌기’ 보도와 관련 검사 10명이 한겨레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 6월 7일 김 부장검사 등 2명에 대해 1500만 원씩 3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내려졌으며, 성남지청의 이중 기소를 고발한 MBC 보도와 관련 담당 검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4월 28일 1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또 지난 2월에는 ‘검찰의 감청의혹’이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사설과 관련해서 검사 12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1인당 1500만 원씩 모두 1억80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는 등 지난해 검찰이 언론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언론이 잇따라 패소하고 있다.

이같이 언론의 주요 감시대상인 검사들이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집단적으로 고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잇따라 검사들의 손을 들어주자 언론계에서는 언론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신문사설이나 개개인을 특정하지 않은 보도에 대해서까지 법원이 명예훼손을 인정하고 있어 언론자유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조규승 MBC 법무저작권부 차장은 “공인이라면 언론의 비판을 감수해야할 위치에 있다.미국의경우 공인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입증 책임이 소송 당사자에게 있는 반면 우리는 언론에 입증 책임이 있다”며 “공인의 명예훼손을 이번 결정처럼 광범위하게 해석할 경우 기자들은 앞으로 고발보도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미국의 경우 15인 이하 집단의 경우는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15인에서 100인 집단은 공직에 있는 사람의 경우 본인이 명예훼손 사실을 증명해야 소송이 가능하고, 100인 이상의 경우는 무조건 안된다”고 말했다. 또 “MBC 대전 법조비리 보도의 경우 언론이 개개인을 특정하지 않고 특정 직업군을 상대로 의혹을 제기한 경우에도 해당 집단의 일부 소속원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것이어서 최종 판결 여부에 따라 언론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배종호 KBS 기동취재부 기자도 “언론의 기본 사명인 사회감시기능을 수행함에 있어서 악의적인 의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집단의 집단 이기주의적인 발로에서 소송이 제기되고, 이같은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언론의 사회감시 고발기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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