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대 재결합 의혹
문화일보 부사장에 이영일 현대 PR본부장 임명
문화일보가 이영일 현대그룹 PR본부장을 문화일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임명하면서 안팎에서 문화일보와 현대의 재결합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달 23일 이영일 씨가 부사장으로 내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사주조합은 26일 긴급 사원총회를 열고 “이영일 씨 영입이 현대와 문화일보의 계열분리에 따른 문화일보의 독립언론 위상에 어떠한 변화도 초래하지 않음을 김진현 사장은 보장해야 한다”면서 “독립경영 기반 구축을 위한 장단기 대책과 비전을 천명할 것을 촉구한다”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노조도 30일 노설을 통해 “(이번 인사로) 독립언론의 틀을 갖춰가던 ‘브랜드 이미지’에 상당한 금이 간 게 사실”이라면서 “결국 최고경영자가 독립언론에 대한 열망을 무참히 꺾어버린 셈이 됐다”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28일 성명을 내고 “현대그룹과 공식적으로 분리를 선언했던 문화일보가 실질적으로는 현대그룹의 소유였음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면서 “문화일보가 현대그룹 홍보를 총괄하는 문화실 책임자로 있던 인사를 경영진으로 전격 영입한 것은 언론사를 모그룹의 홍보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영일 씨 영입이 현대와 문화일보의 손잡기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한수 기획관리국장은 “김진현 회장이 작년부터 회사 자금관리와 기획을 담당할 전문경영인을 물색하던 중에 이영일 씨가 적임자라고 판단돼 스카웃하게 됐다”면서 “현대가 문화일보의 경영에 손대는 것이 아니라 문화일보가 현대에서 인재를 스카웃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영일 부사장도 “김 회장의 개인적인 요청으로 문화일보로 가게 됐고, 현대그룹과 문화일보는 98년 문화일보 분리 이후 무관한 관계인데 내가 문화일보로 간다고 해서 현대와 문화일보 관계가 새로 정립될 것이라는 견해는 오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는 문화일보가 영구아트무비와 합작하면서 파견한 직원이 공금 15억여 원을 횡령하자 이계익 부사장이 관리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사 배경을 떠나 이영일 씨 영입이 문화일보가 지향해오던 독립언론의 위상에 큰 타격을 미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문화일보의 한 기자는 “98년 현대에서 분리 당시 사원의 3분의 2가 퇴직을 하고 임금을 40% 깎으면서도 독립언론을 갈구하며 고통을감내해왔는데 이번 인사로 그 의지가 꺾였다”고 우려했다.
또 한 기자는 “현대그룹 PR 총책임자가 문화일보 부사장으로 오는 것은 분리독립 선언의 명분에 어긋나고 시장에서 신뢰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6일 사원총회를 통해 드러난 문화일보 내부의 일반적인 정서는 “올해로 현대의 광고 지원이 끝나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 김 회장이 현대에서 경영인이 오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받아들이는 게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모아져 이영일 부사장 임명에 묵시적 동의를 했다. 명분과 실리 중에 문화일보 내부에서도 실리를 택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문화일보 내에 현대 의존적인 정서가 남아있는 한 독립언론의 길을 걷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화일보가 독립언론이라는 제 방향을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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