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지방언론(12)/에필로그

바람막이식 신문 소유는 안된다, 열악한 환경속 일하는 기자들이 방향 잡아야

"지방자치가 정착되면서 지방언론이 할 일은 더 많아지고 중요해질 것이다. 중앙지에서 다루지 못하는 지역민의 숨결이 느껴지는 기사의 비중을 높이고 적극적인 지방행정 감시활동을 펼쳐 나간다면 지방언론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한 지방지 간부의 말이다. 일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말이지만 이 속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함축돼 있다. 지방언론이 지역여론 전달 창구로서의 고유 임무를 버려두고 '겉멋 내기'에 치중해 왔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언론운동을 하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제 가랑이 찢어지는 줄 모르고 중앙일간지 따라가다 지역민에게 외면 당하고 있다"고 지방언론, 특히 지방신문 현실을 지적했다. "중앙의 정치구도를 쫓아가다 보니 자본과 차별화한 지면으로 공략해 오는 중앙지에 협소한 시장마저 잠식당하고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최근 만난 지방신문사 편집국장들은 거의 예외없이 '철저한 지역화'를 운영방침으로 밝혔다. 또 몇몇 간부들은 지방신문의 성격을 '보완재'로 규정했다. 적어도 편집국 차원에서는 중앙의 신문·방송에서 다루지 않는 지역소식을 철저하게 파헤치는 것이 주역할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반증이다.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무엇보다 먼저 소유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한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지방신문 소유주는 건설·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언론사를 운영하는 것은 언론 자체에 뜻이 있어서라기보다는 모기업 사업의 방패막이, 또는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 건설회사 사장 때는 일선 공무원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지만 언론사 사장이 되면 도지사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도 있게 된다. 욕심 나지 않겠는가." 실제로 건설업체 간부를 지낸 한 언론사 사장은 취임 직후 지인에게 "언론사로 자리를 옮기니 공항에서부터 VIP 대접을 받고 기관장들이 앞다퉈 만나자고 한다"고 자랑삼아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영향력 확대' 또는 '사업 수단'으로 언론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윗선'과 접촉을 원하게 되고 자연히 지면에서도 기층민들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또 최소한의 자본과 인원만으로도 목적을 이룰 수 있어 적극적인 투자를 바라기도 어렵다. 한 기자는 "신문사주의 '재산권'도 보호돼야하는만큼 지분을 내놓으라고 요구 할 수는 없다. 해결의 열쇠는 편집권 독립에 있다. 기자들 스스로 신문이 이해관계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신문 기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저임금'이다. IMF를 겪으면서 광고물량이 줄어들자 기자들은 가뜩이나 낮은 임금을 또 삭감당했다. 그나마 제때 받으면 다행이다. 몇몇 사는 수개월 간 한번도 월급을 지급하지 않기도 했다. 광고 리베이트를 월급 대신 지급한 신문도 있다. 지난해 체임을 경험한 한 기자는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렵다 보니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눈 먼 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리라고 장담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인들은 대체로 '지방기자=사이비'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지방 군소신문의 사이비 행각에 대한 중앙언론의 보도가 잦은 탓도 있겠지만 몇몇 '연못 흐리는 미꾸라지'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퍼뜨린 입 소문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러나 지난 10주간 만난 지방기자들 대다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일반인의 편견을 억울해 하면서도 실재하는 문제를 일정부분 인정하기도 했다. 한 기자는 "쓰레기통에 파리가 끓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되지 않는 이상 소위 '사이비 행태'는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일부의 일이라고 해도 전체 기자사회로 화살이 돌아오는 것이니 만큼 기자들 스스로 상호 감시와 반성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12회에 걸친 지방언론 시리즈는 이번 회로 끝맺는다. 시작 때부터 마지막까지 준비부족과 취재·분석 미비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같이했다.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지역언론이 지방자치와 지역문화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일반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지역언론이 '경영난'이라는 족쇠를 끊고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공론의 장'으로 뿌리를 깊이 내리길 기대한다. 김경태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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