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인 지난 16일 오후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펀러브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후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면서 다음날 한겨레 컴퓨터 가운데 75% 가량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19일 전산부는 바이러스를 치료하고 차후 감염을 막기 위해 사내 방송과 게시판을 통해 직원들의 협조를 구했다. 이번 바이러스는 읽기쓰기 공유가 된 컴퓨터로 자동 확산되기 때문에 각자 컴퓨터의 읽기쓰기 공유를 해제해야만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만큼 기자들의 협조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협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유를 해제하라는 사내 방송에 아랑곳 않고 ‘내 컴퓨터가 설마’ 하는 태도로 무관심한 기자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컴퓨터가 읽기쓰기 공유가 돼 있는지 안돼 있는지조차 모르는 기자도 있었다.
다행히도 이번 소동으로 일부 컴퓨터에서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고 탐색기가 작동하지 않는 등 가벼운 피해가 있었을 뿐 신문 제작에 차질을 주는 큰 피해는 없었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지면에서는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듯 하지만 기자 자신들은 컴퓨터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자는 “내가 컴맹인 것을 절감했다”며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기본적인 원리는 배워야겠다”고 자성하기도 했다.
이제 언론사에서 컴퓨터는 있으면 편리한 도구가 아니다. 하루라도 정상적으로 작동을 못하면 전 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는 위력을 갖고 있다. 한겨레의 작은 소동이 기자들에게 컴퓨터에 대한 관심을 자극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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