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1년간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굵직한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7년 국제기자연맹 (IFJ)특별총회가 서울과 북한의 금강산, 개성등을 오가며 열리는데 이행사의 메인 엠시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행사를 주관하는 기자협회로부터 받은 것이다.
이미 귀국전에 편집국장등 회사관계자를 만나 1주일간 행사에 파견 요청을 했고 승낙까지 맡았다니 마다할 상황이 못되었다. 70여개국 200여명이 모이는 국제행사에 진행자로 나선다는 것이 처음 경험이어서 다소간 긴장도 된 것이 사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진행하는 행사를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다행히 영국 캠브리지에서 귀국 바로 전 교수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의 정치, 경제 문제를 주제로 강의한 경험이 상당히 자신감을 심어주었던 듯 싶다.
게다가 각국을 대표하는 기자들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데 이 기회에 우리의 현실을 그들에게 이해시키고 특히 남북의 분단현실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끌어낸다면 이번 총회의 주제인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도 일조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드니 설렘과 더불어 일종의 사명감도 느끼게 되고, 이후 이어진 빡빡한 일정에도 별로 힘들지 않고 행사를 치러 낼 수 있었던 듯 싶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이어진 일정에도 각국 기자들의 애정어린 염려와 격려는 더욱 힘을 얻게 해주었다.
이 기회를 빌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은 물론 지구 반대편 아메리카 대륙에서까지 긴 여정과 행사 중 타이트한 일정으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내내 열심히 세미나에 참석하고 뜨거운 열기로 취재에 임한 각국 대표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첫날 사전세미나는 각국의 입장에서 본 평화와 미디어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열렸는데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첫번째 발표자가 에티오피아 대표였는데 아무리 호명해도 나오질 않는 것이었다. 커피 브레이크 시간에 우연히 말을 걸다 알게 되었는데 에티오피아에서 한국까지 이틀이 걸려 왔고 그날 새벽 두시에 호텔에 도착해서 조금 늦게 내려 온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시차적응도 안된 힘든 상황에서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이다.
2차 세션을 시작하며 그 대표를 첫번째 프리젠터로 소개했고 저간의 설명을 하니 다들 끄덕이며 수긍하였다. 이후 계속된 세미나에서 대표들은 높은 참석률을 보이며 다양한 질문으로 열기는 뜨겁게 이어졌다. BBC등 서방 방송뿐 아니라 알자지라 방송 기자도 참석 이스라엘
기자와 보이지 않는 긴장 관계를 자아내기도 하였다.
대회 하이라이트인 개막식은 노 대통령과 각국 대사, 관계 장관 등이 참가한 가운데 다소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환영사를 통해 기자협회 정일용 회장은 특유의 걸쭉한 목소리로 '핵무기의 헤게모니화를 경계한다'는 제목 하에 평소의 소신대로 미국의 대외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고 이어 축사를 한 노무현 대통령이 각국 대표단, 외교 사절을 의식 지금의 정권은 친미임을 천명하면서 ``기자협회회장은 반미를 말하고 대통령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이게 우리나라가 언론자유가 만개해 있다는 증거 아닙니까?’’ 하며 재치 있게 받아 넘겼다.
각국 대표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일정은 금강산과 개성 방문일 듯 싶다. ``남한의 웬만한 사람들도 가기 힘든 곳을 한꺼번에 방문하니 여러분은 억세게 운 좋은 줄알라’’고 몇 번이고 강조한 기억이 난다. 실제로 각국 대표단은 통제된 상황에서도 엄청난 취재 열기를 보였다. 현대아산의 금강산 개발과 개성공단 관련 설명회는 기자들의 질문이 끊이질 않았고 담당자들은 명함이 모자랄 정도로 집중적인 취재의 대상이 되었다.
지구상에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의 현실을 그들은 몸으로 체득하며 이해를 넓혔고 이는 그대로 보도로 이어져 현지에서 뿐 아니라 귀국해서도 여러 형태의 기사를 보도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지나친 취재 열기는 북측과의 마찰로 이어지기도 했다. 노트북은 물론 카메라도 160mm 배율 이하로 제한되었고 사진 촬영이 철저히 제한되었으니 많은 불편을 느끼면서도 그런대로 잘 따라주어 큰 문제는 없었으나 일부 기자들의 지나친 취재 열기는 북측과의 마찰로
이어지기도 했다. 일일이 촬영한 사진을 확인하는 터에 수십 분을 차안에서 기다리면서도 기자의 취재 정신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이었다.
몇 년만에 다시 가본 북한은 변함없이 황량한 모습이었다. 산은 벌거벗고 사람들은 여전히 마르고 초라해 보이기만 했다. 군사분계선을 막 넘는 순간의 묘한 기분을 공유했고 홀로 뛰노는 고라니만이 메마른 비무장지대내의 황량함을 달래 주었다.
다시 남쪽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면서 다들 환호를 질렀다.
``이제 자유다’’를 외치며 제각기 휴대폰을 꺼내 들고 통화하기 바빴다. 동토의 메마른 땅에서 단조로움이 자유롭고 풍요하며 바쁜 생활로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개성공단에 상주 요원으로 나와있는 북한 관리를 비롯한 북한 사람들은 저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한 큰 기대를 표하였다.
아울러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한과 미국간의 대화 그로 인한 핵 문제의 해결국면에 대해서고 큰 기대를 나타내었다. ``북남간의 경제협력이 잘되어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가 정착되고 평화통일이 다가왔으면 한다’’는 것이 그들과 우리 남쪽의 기자들 아니 세계에서 모인 모든 기자들이 나눈 이번 행사의 화두였던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번 행사는 시간적으로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는 느낌이다.
한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이번 행사에 북한 기자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초에는 조선신보등에서 3명의 기자가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북측사정을 이유로 막판에 불참을 통보 아쉬움을 자아냈다. 몇몇 기자들이 이에대한 질문을 잇따라 해왔고 이태리 Sky 방송에서는 정시 인터뷰까지 했다.
또한 가지 아쉽고 참가자들에게 미안한 점은 일정이 너무 빡빡하여 자유시간이 거의 없다 보니 정작 서울시내를 둘러보거나 쇼핑을 즐길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다.
여러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성실히 모든 일정에 임해준 참가자들에게 다시 감사 드리고 이번기회가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깊게 함으로 이땅에 평화와 화해를 바라는 노력에 일조 할 것 으로 확신한다. 보는 이마다 수고했다는 격려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마이크 잡고 나름대로 빛나는 자리에 있었지만 보이지 않게 지난 수개월간 밤잠 설쳐가며 이 행사를 준비한 정회장을 비롯한 기자협회 관계자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정말 수고들 많으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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