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식 통일 이미 시작됐다"

백낙청 명예교수 특강, 시민이 참여하는 점진적 통일 필연


   
 
   
“베이징 6자회담에서의 2·13합의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미정상화라는 한 쌍이 목표에 좀더 다가섰다. 그에 따라 한반도 평화와 화해의 전망은 최근 몇 년 간 그 어느 때보다 밝다. 그러나 여전히 독일식, 베트남식 통일 방안은 한국적 상황에 맞지 않는다.”

12일 오후 3시 소공동 롯데호텔 2층 에머랄드 볼룸에서 진행된 IFJ특별총회 특별강의에서 백낙청 시민의방송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은 ‘한국발 특별뉴스: 한반도식 통일 진행 중’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통해 한반도식 통일은 이미 시작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백 이사장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평화공존을 바탕으로 한 통일이라는 뜻밖의 선물을 얻어낸 것이며, 평화공존이 아닌 군사력으로 통일을 달성한 베트남도 한국적 통일 모델로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독일의 경우, 분단은 주로 동서의 이념대립에 의해 유지된 것이어서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급속한 통일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1945년 나라가 분단될 때 침략국 일본에 의해 희생됐던 민족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강요된 분단을 맞았으며 이후 동족상잔의 비극을 통해 분단체제에 들어가 독일과 달리 평화공존이 곧 통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 이사장은 “단순화된 통일담론은 통일 자체를 지연시키기 마련이며 대중들이 갑작스러운 통일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을 부추김으로써 분단체제를 오히려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궁극적으로 정당성을 결여한 체제이며 현실적으로 이미 위험할 정도로 불안정해진 체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1987년 이래 남한의 민주화는 분단체제를 받쳐주던 주요 기둥 중 하나인 남측의 군사독재를 무너뜨렸으며, 동서냉전의 종식으로 인한 한반도 분단체제를 떠받치던 또 하나의 기둥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전지구적 정세변화로 인해 남북 사이의 세력균형이 점차 남측의 우위로 바뀌었고 위기에 몰린 북측은 군사력에 대한 의존을 강화하고 심지어 핵무장까지 시도하게 돼 한반도의 분단체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난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국식 통일 방안은 이미 지난 2000년 남과 북의 최고 정상들이 ‘6·15남북공동선언’에 밝혀 뒀다며, 이 중 선언 2조를 바탕으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라고 밝혔다.

백 이사장은 “(제2조는) 한반도의 통일이 베트남, 예멘, 독일 그 어느 선례와도 달리 점진적이며 단계적으로 진행되리라는 점만은 분명히 못박고 있다”며 “그 첫 단계는 남북 각자가 중앙정부의 대부분 기능을 유지하는 국가연합 비슷한 형태가 될 것임에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 이사장은 시민참여형 통일 과정이 앞으로도 한반도식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으며 이미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 이사장은 “통일이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과정으로 바뀌는 순간 시민참여의 공간이 필연적으로 열리며 적어도 남한의 민간사회는 이 공간을 채울 태세”라며 “이러한 시민참여가 제 몫을 해낼 때 남북 당국이 국가연합을 언제 어떤 내용으로 선포할지에 관해서조차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러한 시민 참여의 통일은 6·15 공동선언 이후로, 심지어 핵위기가 심각하던 암담한 시기에도 결코 멈추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한 쌍의 목표를 실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시민참여형 통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며 이 시간을 활용해 통일과정에 대한 문중의 참여를 확대 심화시켜 이를 통해 한반도에 좀더 인간답고 민주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부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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