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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선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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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본보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표절의 심각성을 진단했다. 5년 간 10배가 넘는 표절 기사들이 자사가 금방 생산한 기사처럼 둔갑해 신문에 실리고 있었다. 지난해만 2백50건이 넘는 수치였다. 그동안 기사 표절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됐음에도 전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윤리위 조차 정확한 표절 규제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윤리위에서는 베껴 쓴 기사임을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표절이 심각하기 때문에 대중음악처럼 몇 구절이 넘으면 표절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없다고 했다. 만약 그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표절이 아닌 기사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도 들었다.
윤리위의 규제조항 미비가 문제라기 보단, 그런 조항조차 필요 없을 만큼 심각한 표절행위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 더 가슴 아픈 일이다.
국내 기사표절은 도덕불감증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기자들은 타사 기사를 베껴 적는 일에 대해서 새로운 창작행위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타사에 물먹지 않기 위해서 적당히 베껴 적으라는 데스크 등으로부터 지시도 문제다. 이러한 관행은 일선 기자들의 도덕불감증을 낳게 했다. 대부분 언론사들은 윤리위원회의 ‘비공개경고’, ‘주의’ 조치에 대해서도 해당 기자를 불러 “이런 게 왔다”는 하달만 할 뿐, 큰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는다. 똑같은 언론사, 똑같은 기자의 적발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런 언론계 관행을 반영이라도 한 듯 윤리위는 올 1월11일부터 선정성 등 조항과 관련해서는 4∼5회 이상 누적 적발되면 1백만원 이상의 과징금을 물리기로 했지만 표절은 예외로 했다. 현직기자로 구성된 윤리의원들이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제외한 것이다.
해외 언론사의 경우 표절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와 다르다. 윤리위원회라는 조직이 있는 곳은 독일이 유일하다시피 하지만 세계 유명 언론사는 대부분 철저한 내부검열을 거친다. 얼마 전 아사히신문 주재 사진기자가 타사 기사를 그대로 도용해 해고되고 본사 편집국장과 사진부데스크가 징계를 받았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부 검열을 통한 제재 조치에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우리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윤리위원회 뿐 아니라 각사 윤리강령에도 ‘몇 구절 이상 타사 기사를 베껴 적으면 표절’이라는 규제조항은 없다. 한국기자협회의 기자윤리강령에도 표절에 관한 조항이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관련조항을 마련하고 표절에 대한 철저한 감시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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