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계 생존 위한 청사진 필요…기협 가입 업그레이드 계기
연간 우편배달비용 60억원…신문유통원 참여 검토중
기협 가입이 인적 네트워크 한계 벗어나는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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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휘 농민신문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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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6차 협상이 지난 15일 개최됐다. 한·미 FTA에 대한 각계의 반응은 다르다. 그중 농업계는 생존권 박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민들은 “아무리 시대의 대세라고 해도 농업계의 일방적인 ‘희생’은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FTA를 추진하려면 농업계를 위한 대책마련이 먼저라는 것이다.
일부 보수 언론은 한국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농업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약자인 농민들의 목소리는 설자리를 잃은지 오래다. 이런 중에도 농업계의 목소리를 꾸준히 경청하고 이들을 대변하는 언론이 있다. 농민신문이다. 올해 한국기자협회는 농민신문을 새로운 식구로 맞아들였다. 농민신문 박석휘 사장을 만나 농민신문의 현주소와 비전, 농업계 최대 화두인 한·미 FTA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비 언론계 출신으로 언론사 대표를 맡고 있는데. 대학졸업 후 농협에서 근무했다. 농협에서는 생산, 유통 등 농민이 필요한 농계 쪽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쳤다. 임원을 지내면서 홍보담당 업무도 했다.
누구보다 농업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우리 매체가 전문지임을 감안한다면 순수 언론인으로서는 부족하지만 농업 시스템과 환경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문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우리 신문사는 신문업과 출판업을 양대 축으로 하고 있다. 출판부분에서는 4가지 잡지가 발행된다.
잡지는 또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전문가 대상인 잡지와 일반 독자 대상인 잡지다.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전원생활’은 일반인과 농업계 누구나 볼 수 있는 잡지다. 도시민들에게 농촌을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보는 ‘어린이동산’도 도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전문가들을 위한 잡지로는 ‘디지털 농업’과 ‘월간축산’이 있다.
-취임 2년째를 맞아 경영적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목표와 차별화 전략, 특별한 복안이 있다면.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우선 신문 부수 확장이다. 독자층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의 수가 매년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되고 있다. 때문에 독자층을 일반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용 면에서 일반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웰빙’ 등의 코너를 신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일반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면도 신설했다. 좋은 농산물이나 농기계 필수품 등을 소개하는 면으로 신문사의 매출로도 직결된다. 기업과 신문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판단이다.
다른 매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신문사도 IMF 등을 겪으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4∼5년간 준비하고 3년간 구조조정이라는 체질개선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0억원의 비용절감과 7백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하면서 정상화를 이뤘다.
사실 이같은 성적을 달성하는데 효자 역할을 한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우리 신문사가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인 인쇄 분야다. 금융기관에 필요한 장표, 유통에 필요한 인쇄물들을 제작한다. 쌀 포장지 디자인 등도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사업의 다각화를 추진하면서 시작한 사업들로 수익 면에서 상당한 실적을 냈다.
농민신문은 사업의 다각화를 위한 테스크포스팀(TFT)도 꾸려놓았다. TF팀에서는 경비절감이나 경영혁신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검토가 진행중이다.
-농민신문 대표로서 다른 매체 CEO와의 교류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농업계 관련 전문지만 16개에 달한다. 사업 아이템을 공유하기 위해 공식 혹은 비공식적인 모임을 자주 가지면서 의견을 교환한다. 아울러 농협 홍보담당 임원 시절에 형성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언론사들과의 교류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편이다.
이번에 한국기자협회에 가입하면서 이런 점을 개선코자 한다. 다른 언론사와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언론계의 굵직한 이슈를 공유하고 배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농민신문이 한·미 FTA 등 농업계 현안을 보도할 때, 공정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른 매체들을 선도하는 역할도 겸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실제로 경영 측면의 공유방안이 TF팀에서 논의되고 있다. 농민신문은 산간벽지 등에 신문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우편만 이용해왔다. 1년 우편비만 60억원에 달할 정도다.
그러나 중소도시와 대도시에 배달되는 신문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타 신문사에 위탁, 직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편배달과 직배를 적당히 안배할 생각이다.
신문유통원 참여도 실리적인 득실을 따져 내부적으로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제도권 언론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신문시장이 어렵다. 뉴미디어가 뜨는 이유다. 온라인 강화책 등은.
신문이 나오면 바로 농민신문 온라인판의 검색을 확인, 분석한다. 검색순위가 높거나 조회수가 높은데 신문에서는 전진배치 하지 않았다면 뉴스 가치 판단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지 점검한다.
물론 조회수가 높다는 것이 뉴스 가치가 높다는 것과 같다고 볼 순 없지만 독자들은 어떤 뉴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고 현재 이슈는 어떤 흐름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살펴보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농민신문 온란인판의 1일 방문자수는 약 5천∼6천명 가량이다. 많이 보는 기사는 한 기사당 1천명 가량 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업계도 점차 기술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농민신문 역시 온라인을 강화할 생각이다.
-현재 농업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는 한·미 FTA다. 정부의 FTA협상 태도에 대한 농민신문의 입장은 무엇인가. FTA는 국가 전체로 보면 신속하게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수출확대 등이 이유인 것으로 안다. 그러나 농업계 입장은 전혀 다르다. 원칙적으로는 FTA 반대다.
미국은 쌀을 비롯한 농업 전 분야에 걸쳐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농산물은 우리 농산물에 비해 2∼3배 가량 저렴하다. 우리 농업계가 타격을 입는 것도 자명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FTA를 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세계적인 대세가 개방이라면 시기가 문제일 뿐 언젠가는 될 것이다. 때문에 개방을 하더라도 농업계가 입을 피해를 구제할 대책을 마련한 뒤에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선대책 후협상’인 셈이다. 금전적 피해보상보다는 농업계가 살아갈 수 있는 정부의 확고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농업은 이제 과거에서처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전문가 영역이다. 미래를 내다본다면 농업을 희생시킬 일이 아니라 육성하고 투자해야 할 때다.
앞으로의 먹거리는 가격보다는 품질위주가 될 것이고 오염되지 않는 친환경 생산품을 원하는 시대다.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미래 세계에서 한국농업의 설자리는 더 좁아질 것이다.
정부는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 전문가를 육성하는 한편, 농업을 투자가치가 있는 하나의 산업분야로 인식해야 한다.
우리 신문은 최근 연구와 노력을 통해 성공한 영농업자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다. 이는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 농민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농업계를 장려하고 육성하자는 의미다.
-일반 언론에서는 편집권 독립이 대단히 중요하다. 최근 시사저널은 경영진의 편집권 침해 문제로 파업에 이르렀다. 농민신문은 편집권과 경영권이 명확하게 분리돼 있는가.
편집국에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큰 틀에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현장에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듣고 편집국에 의견을 전달하곤 한다. 지속적으로 독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일반 언론사에 비해 농민신문은 기업체나 관공서의 반론이나 반박, 기사의 게재 혹은 삭제 요구가 없는 편이다. 이는 농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을 위한 기사를 많이 쓰고 있고 새로운 영농 기술 등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그런 류의 기사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사에 대한 제약이 없는 만큼, 다양한 기사를 많이 싣고자 하나 국제뉴스 쪽은 역시 부족한 편이다. ‘제네바 협상’ 등 중요한 국제이슈는 농협중앙회 해외사무소 직원들과 계약하는 방식을 통해 보완하곤 한다. 앞으로 기자들의 역량을 키워 이를 점진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기자 평가는 어떻게 이뤄지고 기자 재교육 프로그램도 있는가.
기자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 사회에 걸쳐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고 육성하는 것은 시대의 대세다. 따라서 농민신문도 앞으로 기자들의 자질과 적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저마다의 능력에 상응하는 보직을 주는 시스템을 도입코자 한다. 유능한 인재 개발이 곧 콘텐츠 개발이다.
이런 측면에서 기자들의 연수기회 확대 등도 당연히 당면 과제다. 차츰 늘려갈 계획이다. 기자협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연수 등 타 언론사에 비해 미약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싶어서다. 지금까지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기자협회 가입을 통해 기자들이 지식함량을 늘리고 인적 네트워크의 한계를 벗어나는 호기로 삼았으면 한다.
-끝으로 지면혁신 등 농민신문의 발전방향에 대해 말해달라.
연초 농민신문 모든 기자들은 ‘힘있는 농업, 살만한 농촌’만들기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했다. 농민신문은 농업통상, 농촌교육과 의료복지, 지방농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획과 심층보도를 늘려, 두고두고 보고 싶은 신문을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 생산현장인 농장의 문제 뿐 아니라 농산물의 최종 소비현장인 식탁의 문제도 다뤄 농업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도록 ‘식품면’도 신설할 예정이다. 아울러 인터넷신문에서만 볼 수 있는 독자적 콘텐츠 개발도 진행할 계획이다.
농민신문은 ‘농업인 권익신장’, ‘지속적 농업선도’, ‘새농촌 문화창달’이라는 사시를 내걸고 있다. 앞으로도 농민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고 건강한 농촌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는 언론사가 되겠다.
농민신문이 백년을 내다 볼 수 없다면 우리 농업도 백년을 기약할 수 없다는 자부심이 있다. 무거운 책임감으로 농업계와 농민신문의 영속적인 발전을 위한 방안을 고민하겠다. 지속적으로 관심있게 지켜봐 달라.
대담=김신용 편집국장 [email protected]
정리=곽선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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