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주·장] 인사변화, 개혁으로 이어지길
족벌체제 등 언론사 경영구조 개선 선행돼야
동아일보가 최근 단행한 편집국 인사는 기자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창사 이후 최대 폭의 인사 규모도 눈길을 끌었지만 경제 관련 부서 데스크 2명 자리에 경제지 현직 부장을 스카웃해 특히 관심이 모아졌다. 갈수록 활발해지는 기자 이동이 데스크로까지 확산되는 계기가 아닌가 해서였다.
지난해 하반기 시작된 벤처기업 열풍과 맞물려 상당수 언론사에서 기자들의 이동은 보편화하고 있다. 지방지에서 중앙지로, 큰 신문에서 작은 신문으로, 신문에서 방송으로 회사를 옮기는 기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미 일부 대형 언론사는 앞으로 기자 충원을 수습기자 중심에서 경력기자 스카웃으로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기자들의 이동은 IMF 관리체제 이후 사회 각 부문에서 진행돼 온 구조 개혁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은 물론 보수적인 공직사회에서조차 민간인들이 발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소속사의 울타리를 벗어나 활동하는 기자 이동은 언론개혁을 바라는 사회적 요구에도 부합할 수 있다. 개혁을 내걸고 있는 새 정부 출범 후 유독 언론개혁의 속도가 늦었다는 점에서도 언론사 인사제도의 변화는 개혁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한국언론의 병폐로 지적돼 온 자사이기주의적 행태나 수구적 편집 방향에 수습기자 제도도 한몫을 해온 게 사실이다. 수습기자 중심의 기자사회는 공정한 경쟁의 룰보다는 온정주의나 패거리 문화의 토양이 되기도 했다. 기자 이동의 활성화는 언론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같은 구태를 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기자 인사제도의 변화가 기자 사회의 건강성을 강화하고 언론개혁의 순기능을 하려면 언론사 경영구조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족벌언론이나 재벌언론으로 대표되는 소유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경력기자의 채용은 오히려 편집권 독립을 약화시키고 기자들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기자들이 소속 언론사를 떠나 보다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인정받기 위해선 언론사 내부의 체계적인 인사관리 제도의 정착도 시급하다. 글쟁이로서 평생 일할 수 있기 위한 전문기자나 대기자제의 정착이 필요하고 평기자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보직관리를 해줘야 한다. 능력에 대한 평가를 객관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기자들의 짐도 무거워졌다. 기자들의 자유로운 이동은 그 만큼기자개개인의 냉혹한 평가를 요구한다. 기자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자 스스로의 노력도 그 만큼 중요해졌다. 이젠 수습기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년이 보장되는 시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로서 기자사회의 문호 개방이 언론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그 반대가 될지는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기자 이동이 확산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그렇다면 언론개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 가는 현실에서 이 같은 추세를 언론개혁의 단초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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