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벽두부터 대한민국은 가정폭력과 물질만능주의가 빚어낸 ‘슬픈 자화상’을 마주해야 했다. 바로 연예인 이찬·이민영 커플을 통해 보여진 우리의 모습 말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언론의 앞다툰 선정적 보도였다. 본질파악보다는 흥미위주의 단순 중계자에 그친 언론만이 있었다.
지난 한 주 동안 언론은 이찬·이민영 측의 주장을 둘러싸고 진실게임을 주된 이슈로 치열한 속보전을 벌였다. 인터넷에는 관련 뉴스가 하루에도 수 백 건씩 올라왔고 스포츠신문과 연예신문은 물론 주요 일간지와 방송에도 이들의 기사가 등장했다.
결혼 2주만에 돌연 결혼 취소, 이찬의 폭력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주장을 제기, 쌍방의 폭행이 있었다는 이찬의 반박이 연이어 보도됐다.
이민영 측이 공개한 병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가 하면, 임신 4개월 째인 아이가 유산됐다는 주장과 이찬 폭행의 연관성, 폭행으로 인한 유산이 아닌 중절 의혹 등 폭로전 양상까지 빚어졌다.
폭로전은 이민영 어머니가 3억5천만원짜리 전세밖에 구하지 못했냐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찬 주장으로 혼수비용 논란까지 불러 일으켰다.
일부 언론에서 매스컴의 선정적 보도가 빈축을 사고 있다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일부 목소리에 그쳤다. 언론의 선정적 보도 행태는 갈수록 심해졌고 여성단체들은 급기야 이런 보도 행태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번 사건에서는 인기 탤런트의 결혼과 파혼, 폭력, 혼수 문제 등 대중적 뉴스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마구잡이 보도로 일관한 언론 속에서 이들의 인권과 명예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취재와 보도에 신중을 기해야 할 언론이 의사나 가족의 말을 모두 인용, 단순 중계보도로 일관하고 그것도 모자라 개인의 갈등과 불행을 증폭시켰다면 사이버 상에 떠도는 공신력 없는 루머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겠는가.
이번 사건의 진위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언론은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책임있는 보도를 했어야 했다.
언론이 사회를 감시하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명제다. 진실이 아닌 현상만을 좇는 선정적인 보도 행태를 펴는 언론은 제 역할을 상실한 ‘죽은 저널리즘’이나 다를 바 없다.
곽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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