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은 8일 경영진이 비상근 편집위원을 주축으로 편집국을 꾸려 제899호를 발행했으나 편집국 기자는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고 기존 정규 외부 필진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시사저널 이름을 단 주간중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시사저널 노조는 8일 “이번 시사저널 제899호는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는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으며 편집위원들과 중앙일보 기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 냈다”면서 “일부는 아예 시사저널 기자의 기사 쓰는 방식까지 그대로 베껴 만든 짝퉁 시사저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호에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이름을 단 바이라인은 없으며 시사저널을 만드는 사람들을 알리는 마스터헤드도 빠져 있는 상태다.
바이라인이 붙은 경우는 중앙일보나 JES, 일간스포츠 등 중앙일보 관계사 기자들이 작성했거나 편집위원들이 썼다. 하지만 일부 기사 스타일과 꼭지는 기존과 같았다.
‘위클리 윈도’의 한 코너 ‘인터넷 속으로’의 경우 출신이 불분명한 홍 모 기자가 작성한 것으로 돼 있으나 이전 기사 스타일과 똑같다. 이 코너는 그동안 시사저널 신호철 기자 특유의 기사형식과 내용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끌어왔다.
이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은 물론, 금주의 신조어, 요즘 세상, 사람과 사람 등 기존과 동일한 꼭지 구성을 유지, 각 코너별 문투까지 동일하게 쓰여졌다.
기사에 있어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김행 편집위원이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 ‘2012년 ‘부활’ 노리는 노무현의 속셈’은 단순 기획기사 형식이 아니라, 칼럼과 같은 형식으로 쓰여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편집국 한 기자는 “이번 커버스토리는 가치 중립적인 표현은 하나도 없다. 몇몇 구절을 제외하고는 폄훼하고 비난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면서 “민감한 정치 사안을 개인의 의견으로 기사화했다는 것은 데스킹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체계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자, 시사저널 17년 역사를 망가뜨린 폭거”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김행 편집위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며 “김행 편집위원은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캠프에 있던 사람으로, 주군의 적에 대한 정치보복을 시사저널을 빌어 하고자 한 속셈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사회면에서 다뤄진 ‘조중동 잡으려다 친여 매체 죽인다’의 경우도 지적이 나왔다.
노조 한 관계자는 “이 기사는 군소 신문들이 친여 매체라는 가정을 놓고 시작하며 기사에 대한 논거보다는 개정 신문법이 실질적으로 조중동을 표적삼고 있다는 개인의 의견을 사실인 듯 썼다”면서 “마치 내부 정책보고서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번 호에서는 내용상의 문제로 기존에 시사저널 외부 기고자였다가 빠졌던 칼럼진이 재진입하거나 시사저널 논조와 맞지 않아 다뤄진 바 없던 인사의 ‘특별인터뷰’가 들어가기도 했다.
노조 한 간부는 “짝퉁 시사저널은 시사저널 본령과 어긋나는 부분이 많다”면서 “결호가 안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이런 기사들이 시사저널의 이름을 달고 나왔다는 게 매우 유감이다. 몇 주간 이렇게 계속 나온다면 더 이상 이를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한영철 서울지부장은 “이번 호의 기사들은 누가 보더라도 시사저널 역사, 문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면서 “17년 동안 지켜온 시사저널의 명예와 독자들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한편 노조는 현재 대체인력 투입에 반발하며 노동부 고발 등을 놓고 법률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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