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한해 숨 돌릴 틈 없었다

기자협회보 선정 2006 언론계 10대뉴스

기자협회보는 2006년 일어난 언론계 사건 가운데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편집국 내의 토론과 편집위원의 추천을 통해 20개 사건을 후보로 정하고, 11명 편집위원의 투표를 거쳐 상위 10개를 10대 뉴스로 간추렸다. ‘온라인 신디케이션 사업 본격화’ ‘월드컵 올인 과열 보도’ ‘이승복 사건 판결’ 등은 아쉽게 탈락했다. 무순으로 10대 뉴스를 싣는다. <취재부>



   
   
해 넘긴 신문법 논란

노무현 정부가 개혁입법의 하나로 추진, 제정한 신문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다. 헌법재판소는 6월 동아일보, 조선일보가 낸 신문법 위헌심판 청구 건에서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가장 논란이 됐던 ‘시장 지배적 사업자 규정’ 조항은 위헌 결정을 받았다.

신문사의 경영 자료 신고를 의무화한 조항, 신문의 방송 겸영 금지 조항 등 다른 대부분의 쟁점 조항에 대해서는 합헌 또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 이후 한나라당은 현 신문법을 대폭 수정한 새 개정안을 내놓았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신문의 방송 겸영 금지를 삭제하고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의 기능을 통합한 신문재단 건립을 뼈대로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도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에 대한 위헌 근거를 나름대로 해석, ‘대규모 신문사업자 규정’으로 바꿔 개정안을 냈다.
신문법 개정 논란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방 후 첫 만남, 남북언론인통일토론회

남북 언론인이 다시 만나는 데 반 세기가 넘게 걸렸다.
11월29일 6·15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상임대표 정일용 한국기자협회 회장)와 북측위원회 언론분과 주최로 금강산에서 남북언론인통일토론회가 열렸다.

‘6·15공동선언실천과 남북언론인들의 역할’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 참가한 1백72명의 남북 언론인들은 공동성명에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해 공정히 보도하고, 남북언론인 연대를 발전시키기 위한 공동협력사업을 계속해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남측은 내년에도 서울이나 제주 등 장소에 상관없이 통일토론회를 계속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해외언론인들과 보수 성향의 남측 신문들이 참여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았다. 토론회 진행 방식의 문제, 취재 환경의 열악함도 지적됐다.


최연희 의원 성추행 파문
최연희 의원(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2월 동아일보 기자들과 회식 자리에서 한 기자를 성추행해 큰 충격을 줬다.

동아일보 기자와 직원 1백22명은 최 의원을 서울중앙지검에 강제추행죄로 고발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성명서를 통해 최연희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처벌을 촉구했다.

최연희 의원은 이후 한나라당을 탈당했으나 의원직은 유지했다. 정기국회에 참석하는 등 의정 활동도 계속 했다. 최 의원은 해당 기자에게 아직까지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합의 역시 보지 못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황현주 부장판사)는 11월 최연희 의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의 선고를 내렸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 의원은 의원직을 잃게 된다.


도마 오른 청와대 언론관
청와대와 언론의 대립은 올 한해 점점 더 격화됐다. 청와대는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불편한 관계를 맺어온 동아일보, 조선일보와는 신문법 등 개혁입법, 부동산, 북핵 문제, 각종 인사 문제 등 현안마다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였다.

청와대는 최근 들어서 중도·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던 경향신문, 한국일보에도 포문을 열었다. 양정철 홍보기획비서관은 12월6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하이에나 행태로는 정론지 못 된다’는 글을 실어 경향과 한국의 노무현 정부 비판 기사를 신랄히 공격했다. 이에 경향은 ‘청와대는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나’는 제목으로 한 면을 할애해 상세히 반박했다.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국정 홍보 기능을 크게 강조했다. 언론과 ‘건강한 긴장 관계’를 수립할 것을 천명했다. 브리핑룸 제도 신설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그러나 정권 말에 이른 지금, 많은 언론인들은 청와대와 언론 사이에 ‘건강한 긴장 관계’ 대신 불필요한 ‘적대적 관계’만 형성됐다고 지적한다. 모든 언론이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기 성찰없이 국정의 어려움을 모두 언론 탓으로 돌리는 논리는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반감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파국 위기 치닫는 시사저널 사태

삼성관련 기사 삭제로 시작된 시사저널 사태는 올 한해 언론계에 ‘편집권 자유’라는 화두를 던졌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내홍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6월19일 발행된 870호에 삼성그룹의 인사 정책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를 내보낼 예정이었다. 금창태 사장은 편집국의 사전 동의 없이 기사를 삭제했다.

편집국은 ‘외압과 자본에 의한 편집권 침해’라며 경영진을 규탄했다. 이윤삼 편집국장이 사표를 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금창태 사장은 편집권 침해를 책임져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몇몇 진보적인 언론사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같은달 29일에는 시사저널 노조가 출범했다. 노조는 사측과 편집권 독립과 근로조건에 관한 단체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사측은 반발하는 기자들을 징계했다. 8월14일 장영희 취재총괄팀장을 무기정직에, 김정열 마케팅전략팀 과장대우를 감봉 3개월에 처하고 같은달 23일에는 팀장급 6명 전원을 징계 조치했다. 이중 백승기 사진부장은 지난 6일 판매팀으로 대기 발령돼 노조의 강한 반발을 샀다.

시사저널 노사는 총 14차례에 이르는 단체협상을 펼쳤으나 지난 15일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파업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10일 간의 조정기간을 거치고 노동위원회의 조정불가 판정이 내려지면 시사저널 기자들은 2007년을 파업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사 구조조정 몸부림
“신문은 석탄 등과 같은 사양산업이다”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올 정도로 신문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 경영난에 부닥쳤다. 이에 따라 각 신문사들은 올 한해 동안 구조조정을 위해 몸부림 쳤다.

한국일보는 올해 장재구 회장이 약속한 2백억원 증자 계획이 이행되고 중학동 부지 매각이 8백50억원 플러스 알파로 결정되면서 회사 회생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노조원들이 반발해 임대호 노조위원장이 탄핵되기에 이르렀다. 언론노조는 장재구 회장이 사옥 매각 과정에서 약속한 증자액을 채웠다며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했다. 분사와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노조 비대위원들의 농성으로 성남 인쇄공장은 37일 동안 휴업에 들어갔다.

경향신문은 고영재 사장 취임 이후 본격적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명예퇴직, 감자, 상여금 반납 등이 포함된 이 구조혁신안은 11월 노조 조합원 투표를 통과했다.

서울신문은 7월 노진환 사장 취임 이후 구조 개편, 감·증자 계획 등 각종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세계일보는 9월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으로 26명을 내보냈다.




   
   
제1회 기자의 날 제정

한국기자협회는 5월20일을 ‘기자의 날’로 제정, 첫 행사를 열었다.
기자협회는 1980년 군부독재와 언론검열에 반대하며 제작거부에 나섰던 5월 20일을 기려 기자의 날로 제정한다고 밝혔다.

독재와 군사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선 동아투위, 조선투위 등의 ‘언론자유수호운동’을 기리기 위한 기자협회 차원의 사업을 준비하던 중 ‘기자의 날’을 선정하게 된 것이다.

기자의 날을 기념해 처음으로 제정된 ‘기자의 혼’ 상에는 리영희 선생이 선정됐다. 기자협회는 “리영희 선생은 기사뿐만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도 진실을 찾고 불의에 항거하는 기자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해 기자들의 사표로 삼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밝혔다.

기자의 날 전야에는 전현직 언론인과 축하객 2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의 혼’ 상 시상식과 기념식이 열렸다. 기자의 날인 5월 20일에는 언론인과 일반인 5백여명의 참가 속에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전국언론인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언론자유와 기자의 날’이란 주제로 기념세미나도 개최됐다.


중견 기자들 이직 러시
한창 현장에서 주가를 올리던 중견 기자들이 기업체 이직을 결행해 화제가 된 한 해였다.

1월 SK커뮤니케이션스 투자회사관리실 부장으로 간 국민일보 박주호 기자를 시작으로 문화일보의 공영운 기자가 현대자동차 이사, 백수하 기자가 삼성전자 홍보실로 옮겼다.

동아일보의 간판이던 법조 전문 이수형 기자가 5월 삼성전자 법무실 상무보로 스카우트됐다. 올해 8년차로 서울신문 산업부에서 중추 역할을 하던 류길상 기자는 6월 삼성전자 홍보실 과장으로 떠났다. 종합일간지 유일의 야구 전문기자로 전문성과 필력을 날리던 중앙일보 이태일 기자는 지난달 네이버로 스카우트됐다. 법조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문화일보 한종호 기자는 12월 중순부터 네이버 법무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 외에도 기업체 등으로 이직한 기자는 부지기수다.

중견 기자들의 기업체 진출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언론계 일부에서는 기자들의 역량이 전체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며, 기자들의 발전 전망에서 다양한 전형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한편 사회적 여건의 변화와 근무환경의 악화로 기자가 더 이상 평생 직업이 될 수 없는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경인방송 개국 난항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28일 경인지역 새 지상파방송 사업자로 영안모자와 CBS 등이 참여한 ‘경인TV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이어 지난 8월 창립총회를 갖고 정식 법인을 설립, 내년 5월 본방송을 목표로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 10월31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위원회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확인감사에서 경인방송(주) 신현덕 공동대표가 또 다른 공동대표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의 ‘국가정보 유출의혹’을 제기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 의혹과 관련 일각에선 경영권을 둘러싼 영안모자와 CBS 간 갈등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국회 문광위는 지난 4일 이들 전 대표에 대해 위증혐의로 검찰에 고발, 늦어도 2개월 내에 사실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그러나 모든 의혹이 해소된 이후 방송위 허가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5월 본방송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방송계 인사 갈등·잡음 잇달아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방송계에선 인사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제3기 방송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위원장과 상임위원이 연이어 사퇴했다. 공영방송인 KBS·EBS는 사장 선출방법 및 선임 등을 놓고 내부 구성원들과 갈등을 겪었다.

제3기 출범에 앞서 방송위 위원으로 내정된 일부 인사에 대해 언론노조 등이 반발한데 이어 지난 8월 방송위 이상희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했다. 지난 9월 주동황 상임위원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물러났다.

KBS의 경우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이사회와 노조 간에 갈등을 겪었다. 이후에도 사추위 노조 참여, 사장후보 추천배수 등의 쟁점에 있어 이들 간 힘겨루기가 계속 됐다. 진통 끝에 정연주 전 사장이 연임됐으나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EBS 또한 지난 9월 교육부 출신의 구관서 사장이 임명되면서 노조는 낙하산 인사와 논문표절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했다.

70여일 넘게 전개된 ‘출근저지 투쟁’은 EBS노조와 구관서 사장 간에 1년 이내 사장 중간평가를 실시하겠다는데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취재부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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