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켜·며] 방송위의 앞날은?

“김정기 씨는 방송위원장 자격이 없다.” “정신 못 차리는 방송위는 당장 해체하라.” “방송위원회는 정권의 노리개인가.” “독립성 지키지 못하는 방송위원들은 즉각 사퇴하라.”

불과 몇 달 전 새 방송법에 따라 흡족하지는 않으나마 방송 독립과 방송 개혁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출범한 방송위원회에 최근 쏟아진 언론 단체들의 성명서 제목이다.

문제의 직접적인 계기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인사다. 방송위가 임명장을 준 지 2주도 안 돼 9명 가운데 2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한 명은 MBC노조가 부적격자로 퇴진을 요구했기 때문이고, 또 한 명은 뒤늦게 인천 성고문 사건을 지휘한 전력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건영 방문진 감사도 노조 탄압 전력으로 노조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어 교체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방송위의 인사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에는 안상운 변호사를 사전 연락도 없이 방송발전기금 위원으로 임명했다가 본인의 거부로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또 EBS에서는 방송위가 선임한 사장에 PD협회가 조건부 퇴진을 결의했다.

이같은 일련의 사태들은 일단 방송위의 인선 과정에서 논의와 검증이 잘못된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일들을 거울 삼아 바로 잡으면 된다.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방송위가 외압에 의해 논의와 검증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구조적 상황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사실 방송계에서는 새 방송위에 김정기 위원장이 임명될 때 정부가 통제하기 가장 수월한 인사를 선택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학자로서 깨끗한 명성을 쌓았던 김 위원장의 다음 행보들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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