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관련, 한국 언론의 대북제재 일변도 보도와 경쟁적인 외신인용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오늘은 지난 18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북핵실험과 한국언론’이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토론자들은 북핵실험을 바라보는 한국언론이 주변국 정황을 깊이있게 살피는 등 거시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지금처럼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비판보도는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지적했다. 외신보도 역시 사실확인을 충실히 거치고 독자나 시청자를 위한 책임있는 보도를 해야한다는 데에 뜻을 같이했다.
발제자로 나선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는 “북한은 미국의 동북아시아 전쟁체제 구축이라는 목표에 대한 희생양일 수 있다”라며 “미-일 동맹과 군축까지 포함한 평화체제 논의로 방향을 잡고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직접대화 거절 등 대북강경정책이 대화를 통한 외교적 접근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북한이 핵무기라는 벼랑끝전술을 구사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를 바라보는 언론은 대북 제재 일변도의 보도에서 벗어나, 강대국의 패권적 질서와 그들의 동북아에 대한 전략적 논리도 상세히 소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토론자들은 동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취재현장의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KBS 손관수 국제팀 기자는 “외신 인용보도의 경우 가장 먼저 접근 가능한 정보를 통해 확인작업을 거친다”면서 “외국 언론사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있는데도 정부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면 어쩔 수 없이 외신 인용을 하게 되는데 2차 핵실험 오보 가 그런 경우”라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강태호 통일 팀장도 “기사는 기본적으로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가 있다”면서 “외신 자체의 내용이 충실하고 우리에게 중대한 사안이라면 인용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언론이 안보불감증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강태호 팀장은 “하루에도 10개면 이상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보면 생산자 입장에서 이 기사가 어떤 의미를 낳게 되는지까지 생각하지 못한다”며 “부추기식 언론보도 태도는 결과론적인 것이고 의도가 내포된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SBS 윤춘호 국제팀 차장은 “1994년 사재기보도(1994년 전쟁 임박설이 나돌 때 한국언론이 사재기 등을 연출해 위기를 조장, 보도한 내용)를 할 당시 문제 있는 보도태도라는 생각이 들어 이번은 비교적 차분한 보도를 했다”며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을 생각할 때 너무 조심스러웠다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보도가 불안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달리 보면 경각심을 일깨우는 보도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북한 핵실험에 대한 해법에 있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윤춘호 차장은 “김 교수의 대북 압박이 퇴로 없는 압박이라는 의견에는 공감하나 핵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을까라는 것에는 의문이 든다”며 “이는 북한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들에 대해 김민웅 교수는 “대북 해법을 제시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균형 있는 담론 제시를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한국언론에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미국의 세계 전략 틀 속에서 현실을 바라보고 북한에 대해서도 역지사지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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