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26일까지...강석주 보도의 '재구성'


   
 
  ▲ 로버트 칼린의 강연 내용이 실린 '노틸러스' 홈페이지.  
 
국내 언론들은 노틸러스 홈페이지에 실린 로버트 칼린의 에세이의 존재를 어떻게 알고 취재에 들어갔을까. 오보라는 사실을 확인한 과정과 이후 대처는 어떠했는가. 정보를 입수한 24일 오후부터 오보 확인과 후속 조처가 이뤄진 25일 새벽, 사과문을 낸 26일까지 그 전 과정을 재구성해 본다.

칼린 에세이 존재 어떻게 알았나
로버트 칼린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담당관이 브루킹스연구소의 학술대회에서 에세이 ‘끝없이 추락하는 토끼(Wabbit In Free Fall)’를 발표한 것은 9월14일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꾸며낸 글이라는 것을 밝혔다.

이때는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중 정상회담 시간과 겹쳐 한국 기자 대부분은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발표 내용은 21일 노틸러스 홈페이지에도 올랐다.

국내언론에 이 글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24일. 동아일보 편집국의 한 고위 간부는 “24일 오후 4~5시경 칼린 에세이의 존재를 한 취재원을 통해 알고 취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24일 4시경 서울 모 대학의 한 교수를 통해 에세이의 존재를 안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알고 지내던 연합뉴스의 한 기자에게 ‘흥미있는 칼럼이 있으니 참고해보라’고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24일 오전 평소 친분이 있는 전 국제기구 고위간부가 보낸 이메일을 통해 로버트 칼린의 에세이를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칼린의 에세이는 북한 전문가라면 의심하기 힘들 정도로 내용 자체가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나중에 우리 언론들에 나온 기사들을 보고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연합뉴스가 첫 보도를 내기 전에 에세이의 존재를 확인했다. 조선의 한 편집국 간부는 “연합의 보도가 나오기 5~6시간 전에 칼린의 에세이를 확인했다”며 정보를 입수한 경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어떤 과정을 거쳐 썼나
첫 보도는 연합이 했다. 연합은 에세이 확인 이후 영문뉴스국을 통해 해당 글을 번역했고 데스크와 외교안보팀 기자들의 논의를 거쳐 기사화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연합은 북한 문제에 정통한 취재원에게 진위 여부를 물었으며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들었다. 24일 밤 11시 17분, ‘강석주 “북 최소 핵무기 5~6개 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또 강석주 연설문 전문을 싣고, 그 의미 등 후속보도도 이어갔다.

동아는 ‘강석주 “북 외교는 추락하는 토끼”’라는 기사를 작성하는 등 새벽까지 추가 취재를 통해 3개면에 걸쳐 판을 짰다. 미국 현지에서는 워싱턴 특파원이 사실 확인을 위해 칼린과 통화를 계속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아는 새벽 2시30분을 전후로 45판을 끝으로 기사를 게재하고 판을 일단 마감했다.

조선일보는 사실 확인 뒤 편집국 간부들의 회의 과정에서 ‘신중론’이 대두됐다. 송희영 편집국장은 “1면에 넣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편집국 내 논의를 거쳐 사안이 중대하니 차분히 대응하자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고 말했다. ‘북 외교실세 강석주 추정 인사 내부강연…북, 핵무기 5~6개 이상 보유’라는 기사는 결국 A6면에 실렸다.


허구 확인과 후속 대처
칼린의 주장이 가상 에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동아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윤전기가 돌아가던 25일 새벽 3시경 칼린의 에세이가 허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본사에 알렸다. 동아는 50판인 속칭 돌판을 찍어 기사를 ‘진위 논란’이라고 수정 게재했다. 26일자 2면에는 “‘북 강석주 연설’ 기사내용은 미 북전문가의 창작”이라는 기사를 싣고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사를 게재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도 새벽 3시30분경 워싱턴 특파원이 9월14일 브루킹스연구소 학술대회에 참석한 인사로부터 연락이 받고 에세이가 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확인 과정을 거쳐 사이트에 관련 기사 전부를 전문취소하기로 하고 이미 송고한 기사에 대해서는 고객사들에 사과했다.

조선일보는 25일 칼린과 친분이 있는 공직자의 도움으로 칼린 본인에게 그가 지어서 쓴 글임을 확인했다. 조선은 26일자 A6면에 “‘북 강석주 오보’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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