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관련 과장.추측 보도 경쟁
정확한 출처 없이 '알려졌다' 투성이, 94년 당시 기사 재탕 많아
10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후 언론이 또다시 과장·추측성 보도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언론은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전반에 걸친 대북 교류 전망을 쏟아냈지만 정작 구체적인 출처나 확정된 내용이 담긴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13일자 종합일간지 1면에 게재됐던 ´남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남북 평화 선언을 추진한다´는 기사는 정보의 출처로 정부 또는 정부의 고위당국자 등을 거론하고 있을 뿐이고, ´알려졌다´, ´전해졌다´ 등으로 기사를 마무리했다.
특히 대한매일은 12일자에서 ´한반도 평화벨트 만든다´, ´북한 각 도에 공단 1곳씩 조성´, ´철원 파주일대 생태도시 건설 가시화´, ´프로야구 20돌 경기 북한서 개최 검토´, ´자치단체 대북교류 활성화 기대´ 등 각 부처의 대략적인 계획만으로 향후 전망을 기사화 했다. 같은 날 ´실무협의 전망´ 기사 역시 ´할 것 같다´, ´예정이다´, ´전망이다´, ´것으로 보인다´ 등 기자의 추측만을 근거로 보도했다. 12일자 문화일보의 "월드컵 남북 단일팀 추진", 12일자 국민일보의 "남북체육교류 ´봇물´" 기사에서도 ´추진´ 내용을 지나치게 확대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 신문사 기자는 이에 대해 "지난 94년 YS 재임 당시 정상회담 보도에서 이같은 기사는 이미 보도된 바 있다"며 "그때와 지금 상황에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물량 경쟁하듯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 보도가 대결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거나 북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일보의 경우 12일자 만평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의 반대를 "죽을래"라며 윽박지르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날 2면의 "김정일 군심 달래기 나설 듯-혁명 1세대 중심 화해무드에 불만 커" 기사에서도 "(군부가)달갑지 않을 수 있다", "우리측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식으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2일자 만평에서 6월의 평양거리를 묘사하며 무관심한 북한 시민들과 북 억류 국군포로가 기뻐하는 장면을 대비시켰다. 또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CNN대담을 보도하면서 북한과 미국의 관계를 ´북미´가 아닌 ´미북´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한 언론사 고위 간부는 "남북 관계만큼이나 관련 보도는 절대 신중해야 한다. 아이디어 짜내듯 이런 저런 부분을 다 거론하면 오히려협상의여지를 없애거나 대의를 그르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간부는 "더구나 의제나 일정도 결정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팩트와 현상 위주, 가능한 범위 내의 전망 정도로 보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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