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주·장] 비판에 앞서 자성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역구도 타파 최선 다해야

총선을 앞둔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새천년의 첫 총선이란 설렘과는 달리 여전히 지역감정의 악령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영·호남지역은 각각 특정정당에 의한 싹쓸이가 점쳐지고 있다. 벌써부터 대의 민주주의란 제도를 도입한 이래 최악의 지역대결을 맞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구촌 최후의 분단국가라는 부끄러움도 모자라 다시 동서로 갈라서다니, 거기에 따른 국론분열의 후유증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먼저, 스스로에게 되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언론계는 그동안 무엇을 해왔는가. 한국사회에서 제1의 영향력을 과시하던 언론의 힘은 어디에 있었는가. 지역감정 타파를 외쳤던 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칼럼과 기사들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여기서 무엇이 원인이고 어떻게 처방해야 하는지를 다시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상황은 절박하게 치닫고 있고 한번 쓰여진 역사는 고칠 수 없다.

언론은 더이상 이번 선거를 정치인과 유권자 간의 2인극으로 치부하고 구경꾼으로 남아있어서는 안된다. 마지막 순간까지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의 지역대결은 결국 정치인·국민·언론 3자의 공동책임이다. 한국의 저급한 정치수준은 이들 3자의 수준과 궤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가운데 언론의 몫이 결코 가볍지 않다.

지역대결이 이 지경까지 온 데 대해 언론의 책임을 말하기 앞서 깊은 무력감과 좌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언론계가 권력과 정치인들의 들러리를 서거나, 유권자들에 영합하지는 않았는가. 언론계 내에는 지연·학연을 끈으로 하는 패거리문화가 없었는가.

정치비판에 앞서 과연 정치발전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부분이다. 이번 선거 역시 일선 기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업주의와 흥미 위주의 보도, 정쟁과 판세 분석에 치우친 보도가 되풀이됐다는 지적이 계속됐다는 점도 곱씹어봐야 한다.

유권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입만 떼면 정치인을 욕하면서도 정작 욕먹는 정치인들을 다시 뽑는 악순환이 이어져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총선연대로 대표되는 ´유권자의 힘´이 어느 때보다 빛을 발했던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지역감정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현실은 무엇을 반증하는가. 지역감정에대한진지하고 냉철한 언론의 접근 없이는 결국 고양된 유권자들의 힘도 온전히 발휘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론이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 때 선거결과에 따른 유권자 비판도, 정치권의 구태에 대한 비판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선거가 동서분열로 끝난다면 훗날 역사는 전 언론인에게 "그때 당신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느냐"고 물을 지도 모른다. 아직 그 질문에 대답할 시간은 남아있다. 아무쪼록 기자들이 끝까지 올바른 선거보도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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