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 총선보도 평가교수단] 유권자 정치참여 유도 아쉬워

운동원-총선연대 충돌 등 흥미 위주 보도 일관

이재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16대 총선을 불과 몇 일 앞둔 시점에서 돌이켜 보니 언론보도가 지난 총선 보도와 비교하여 크게 달라진 것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선거보도에 대해 많은 지적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왜 이토록 달라진 것은 없는가 하는 아쉬움 마저 든다. 물론 선거보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려해서 보도의 태도가 한결 신중해졌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럼에도 가장 큰 현안이었던 쟁점 중심 그리고 유권자 중심의 보도에는 취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보도에서 쟁점은 사라져 버리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후보들과 정당들이 어떤 선거전략을 구사하는지 또는 선거운동원들과 총선연대 그리고 선관위원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 등 주로 흥미거리가 될 만한 것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이 때 언론은 이러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또는 상황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조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서 ´또 저런 행태가 발생하는구나´의 반응정도 만을 이끌어 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또 유권자 중심으로 보도하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유권자들이 정치에 얼마나 무관심한지 또는 정치인에 대해 얼마나 진절머리를 치는지에 대한 보도를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 냄으로서 선거보도가 마치 거대한 정치 쇼를 연출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무관심한 유권자들과 존경받지 못하는 정치인들이 이러한 쇼의 주역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들은 선거보도가 이미 유권자 설득의 패럼다임(the voter persuasion)에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장한다. 즉 언론이 선거와 관련하여 정치적 지식이나, 공공 이슈, 그리고 정치적 믿음이나 실제적 참여 등에 개인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선거보도가 유권자들에게 대표적 민주주의, 정치적 평등, 집단적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의 믿음을 구체화하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사회적 체제, 정치조직 그리고 국가기구에 의해 적극적으로 승인되는 가치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선거보도는 대안들 사이의 차이의 중요성을 부각시키지 못하며 자유민주주의의 권력구조를 정당화하는 드라마화 된 의례(dramatized ritual)일 뿐이라고비난을가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과연 언론의 선거보도가 얼마나 유권자들의 자기 결정을 위하여 봉사하는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의 내용도 물론 중요하다. 선거가 얼마나 혼탁하게 돌아가는가를 고발하는 것 또한 언론의 중요한 책무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언론이 기존의 선거보도에 있어서의 관례적 틀(frame)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언론은 대치적 상황과 같은 흥미유발적인 보도와 함께 왜 이러한 것이 문제되는가, 정말로 투표를 하는 정치적 행위가 왜 중요한가, 그리고 다수결에 의한 대표자 선택이 유권자들에게 무슨 의미인가를 충분히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금번 선거보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편파보도의 비난이 적은 것 같다. 질적인 편파성은 좀 더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양적인 편파성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은 어떤 신문을 읽거나 방송을 보아도 여기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해서 유권자들이 선택을 위해 참여하도록 설득 할만큼의 역할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론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암시하지만 왜 중요한지는 말하고 있지 않다. 언론의 역할은 공정보도와 함께 최대한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과정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투표행위의 방향성을 설정해서는 안 되지만 투표행위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언론은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하자면 선거보도에 있어서의 사실의 전달 그리고 공정한 보도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이 몸소 투표소에 가지 않으면 안 되도록 설득하는 것도 언론의 필수적인 책무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언론의 상실된 중요성을 되찾아야 한다. 실추된 언론의 역할을 다시 세워야 할 때다.


이재진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