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주·장] 사라져가는 ´신문의 날´
디지털 혁명 맞서 본연의 임무 다해야
´신문의 날´ 쉬는 신문이 없다. 독자를 위한 증면 경쟁으로 포장된 광고 수주전은 신문쟁이들이 연중 하루 쉼표 찍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던 날마저 슬그머니 앗아가고 말았다.
오늘, 신문은 안팎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신문 앞에 ´종이´라는, 너무도 익숙해 차라리 새삼스러운 수식어를 얹어 주었다. 전통적인 신문은 이제 여러 형태의 신문 중 ´종이를 매개로 한 신문´으로 자리매김 당하고 있다. ´종이 신문´의 운명에 대해 때마침 한국에 온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온라인화가 10년은 늦었다"며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뉴스의 필요성 때문에 ´종이로´가 아니라 ´전자적으로´ 전달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신문이라는 ´비즈니스´의 환경만 바뀐 것이 아니다. 고객인 독자도 주류가 영상세대로 교체되었다. 아니, 네트워크 세대라는 N세대로 주도권이 다시 넘어가고 있다. 이들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새로운 대안매체를 선보이고 있다. 기성의 질서와 권위에 도전하고 있는 ´대항매체´이다. 그 위력은 이번 총선에서 총선시민연대 등의 활동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시선을 안으로 돌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기자들이 ´천 년에 한 번 오는 기회´를 잡기 위해 ´벤처 엑소더스´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회사는 회사대로 히브리인들의 엑소더스를 막으려 한 파라오처럼 비전도, 대안도 없이 이들의 이탈을 저지하고 있다. 남은 기자들은 위기의식과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여 있다.
증면 드라이브에 인력난이 겹친 일부 신문들은 수습도 끝나기 전 다시 수습을 뽑고 있다. 기백억의 평생독자회비를 걷어들인 한 신문은 내부 갈등으로 석달째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
오늘 오프라인 신문에 대한 온라인의 ´반란´, 종이 신문에 대한 대항매체의 위협은 디지털 혁명이 촉발하긴 했지만, 사실 신문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신문은 이 시대의 굴절된 실상을 그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쓰지 못했다. 본래의 사명을 저버리고 약자와 소수자의 반대편에 섰다. 독자들의 진정한 관심사를 짐짓 외면하고,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말할 권리를 제대로 지켜 주지 못했다.
지금 수도권 지역에서 유력 신문들이 벌이고 있는 낯뜨거운 판촉전은 독자 잡기가 아니라 광고주 눈에 들기 경쟁이라해도과언이 아니다. 지사의 풍모를 지녔던 신문은 패권을 쫓는 정상배가 되어 버렸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치를 누린다"고 한다. 독자들 역시 그 수준에 맞는 신문을 누리고 있다고, 내심 우리가 자위해 온 것은 아닐까? 문제는 디지털 혁명으로 이런 패러다임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이라고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전자를 정치의 후진성을 위한 변명으로, 후자를 신문의 낙후성을 무마하기 위한 호도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언론 3단체는 신문의 날을 기려 ´펼친 신문 열린 미래´를 올해의 표어로 뽑았다. 펼친 종이 신문에 우리의 열린 미래가 있다고 믿는 독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만의 상찬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신문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래도 신문은 나와야 한다. ´신문의 날´ 신문을 애도하지 않고 그 앞날을 얘기할 수 있으니 분명 자구의 기회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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