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더 이상 평생직업 아니다

2004년부터 12개사 28명 기업체로 이직




   
 
   
 
기자들이 기업으로 떠나가고 있다.



동아일보 이수형 기자의 삼성전자 행이 화제로 떠오른 가운데 본보가 20개 주요 언론사에서 2004년 1월부터 올해 5월 현재까지 기업체(미디어 분야 제외)로 이직한 기자들을 조사한 결과 모두 12개사에서 28명이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가 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향신문이 4명으로 뒤를 이었다. 문화일보, 매일경제, 한겨레도 3명을 기록했다.



내일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YTN, 연합뉴스, SBS, 중앙일보, KBS는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계에서는 삼성전자 홍보담당 전무로 옮긴 MBC 이인용 부국장이 유일해 신문과 대조를 보였다.



이직 기자들의 언론사 최종 부서는 대부분 산업, 금융 등 경제 관련 부서와 정치부로 집중됐다. 이직 뒤에는 대체로 홍보 담당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는 7년에서 20년차 이상까지 폭넓었다. 그 중에서도 10년차 안팎의 중견 기자가 많았다.



이직 이유는 경제적 문제, 시장의 주체로서 일하고 싶은 욕구 등 개인별로 다양했으나 언론계에서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으로는 삼성이 5명, CJ가 4명, 현대 3명으로 가장 많은 기자들을 영입했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해 창립 41주년을 맞아 기자 3백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53.3%가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나타난 바 있다.



기자들의 기업체 이직은 사회가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다양한 전문가들이 기업으로 모여드는 경향 가운데 하나라는 분석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IMF 이후 기자, 법조인 등 기존 엘리트 직업인들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지면서 특권의식이 줄어들고, 기업체로 진출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며 “기자들의 기업체 이직도 그런 맥락에서 파악해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장기적으로 한국 언론의 어두운 미래를 나타내는 징표라는 지적도 있다. 기자들이 언론계가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떠난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이재경(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기업체 이직은 개인의 자유 영역이기는 하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나타내주는 결과”라며 “언론 산업 전체의 합리적 재개편을 위해 언론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정부도 정책적인 유도를 서두르지 않으면 10~20년 후엔 한국 저널리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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