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가 본 한국의 선거보도
너무 맣은 여론조사 유권자 혼란, 자기 지역 후보자 정보는 드물어
이금현 / The Economist 서울 특파원
총선 보도와 관련한 국내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그리 편안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가령 요즈음 거의 모든 여론 매체들이 각 지역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고 있는데, 도대체 대통령 후보도 아닌 국회의원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그렇듯 수시로 보도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목적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부동층이 많은 현 상황에서 자칫 여론조사에서 앞서가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게 되는 불공정 행위가 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지 않을까?
여론조사 자체의 한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하려고 할까? 표본의 크기와 선택 방법, 질문의 내용, 질문자의 질문 방법과 태도, 응답자의 성실성 여부에 따라 판이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실효성도 의문스럽다. 우선 너무 많은 여론조사 결과는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소지가 있다. 또 독자나 시청자들이 다른 지역 후보들의 여론조사 결과에 얼마나 많은 흥미를 느낄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여론조사는 풍성하다. 반면에 유권자들이 자기 지역의 후보자들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후보자가 누구인지, 경력이 어떤지, 당선되면 국회에서 무슨 일을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만한 정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바로 그것이 언론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후보자 수가 너무 많아 시간과 지면이 모자란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방판이 있고, 지국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또 정말로 시간과 인력과 지면이 문제라면 15대 국회의원들의 의정기록이라도 취재해서 보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단체들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고하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경우 언론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지 않을까?
불편한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가령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20억원을 쓰면 낙선하고 30억원을 쓰면 당선된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는데, 어느 후보가 그렇게 많은 돈을 쓰는지, 그런 거액의 선거비를 어떻게 마련하는지 밝히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런 보도를 볼 때마다 정말이지 궁금하다. 엘리트들의 집단이라는 한국의 언론이 선거 철마다 등장하는 고질병이라는 지역주의와 금품수수를 치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과연 ´수준 이하´의 정치인과 유권자를 탓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말로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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