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주·장] 여론조사 보도 투명해야

조사 주체, 방법, 표본오차 등 밝혀라

대통령선거 여론조사가 거대한 군함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라면, 총선 여론조사는 수백의 돛단배의 항로를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그만큼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돛단배의 동력은 바람이다. 인력으로 다스리는 데 한계가 있다. 배가 작아 풍랑에도 약하다. 선거구가 작은 총선의 표심은 사소해 보이는 돌발사태에도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선거구 즉 모집단이 작은 총선 여론조사는 그만큼 ´적´(오차요인)이 많다. 멀리 갈 것도 없다. "96년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가장 큰 패배자는 바로 방송이었다."(강미은이 지은 ´여론조사 뒤집기에서´)석 달 동안 연인원 2천명이 동원되고 16억5천만원을 쏟아부은 방송 3사 여론조사는 ´참사´로 막을 내렸다.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던 집권당(신한국당)의 의석수는 과반수에도 미치지 못했다. 어떤 외신은 ´하나의 코미디´라고 타전했다.



오보의 일차적인 원인은 표본오차를 무시한 보도방식이었다. 1, 2위 후보간의 지지율 격차가 표본오차의 한계 안에 있는 ´경합´선거구에서 1위의 승리를 단정하는 무모한 예측을 한 것이다.

그리고 4년, 또 다시 ´유령´여론이 총선정국을 떠돌고 있다. 여론조사를 빙자한 경마 저널리즘이 지면을 화면을 덮고 있다.



한 신문은 인천의 11개 선거구별로 많아야 4백명 안팎(표본오차율 ±4.9% 안팎)에게 "누구를 찍겠느냐"고 묻고, "한나라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보다 0.4%포인트 우세"라고 쓰고 있다. 후보별 지지율을 정당별 지지율로 환원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적어도 지지율차가 9.8%포인트를 초과해야 논할 수 있는 우열을 0.4%포인트차로 말하고 있다. 지지율차를 소수점 이하까지 자세히 밝히고 있지만 표본오차를 감안할 때 이런 차이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무의미한 차이로 우열을 가리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오도적이다.



이 신문은 또 선거구별로 표본오차를 밝히지 않고 후보자가 서로 다른 11개 선거구의 응답자수를 다 더해 "전체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 67%"라고 보도했다. 과거 여러 차례 실시한 별개의 여론조사 응답자수를 합해 표본오차를 산출하고, 이번에 실시한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라고 제시하는 것과 논리면에서는 다를 게 없다. 그 해악은 미필적 고의든, 무지의 소치든 지지율이라는 수치가 내포하고 있는 오차의 크기를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왜곡하고 있다는것이다.



미국여론조사협의회는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여론조사에 대해 조사방법과 설문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협회지에 실어 관계자들에게 알린다. 미국의 일부 신문들은 작은 규모로 실시된 비과학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실을 때 "이 조사 결과는 비과학적인 조사방법으로 얻은 것"이라고 밝힌다.



우리는 언론매체들에 총선 여론조사와 조사보도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도록 조사의 주체(조사회사), 전화조사 여부, 모집단, 응답자수, 표본추출방법과 표본오차, 조사기간, 조사에 사용된 설문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 이는 일반 보도기사들이 정보원을 밝히는 것이나 같다. 지면과 시간의 제약이 문제라면 ´온라인´에 올리면 된다.



여론조사라는 정보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이 스스로 품질과 신뢰성을 검증하고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심을 파악하는 데는 그래도 여론조사만한 도구가 없다. 편집국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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