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추방에 초첨 맞추는 게 중요

지역감정 발언 '보도' '외면' 정답은 없다

이재진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기자협회는 언론이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공정한 선거보도를 위해 선거보도준칙을 마련하였다. 16대 총선이 21세기 한국정치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언론이 과거 지속되어 온 고질적인 병폐를 일소하고 유익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는 대단히 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시민운동의 주요 과제인 지역주의 철폐와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기자협회의 보도준칙 중 공정한 보도를 위한 부분을 살펴보면, 언론은 모든 정당과 후보에 가능한 한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특정인 또는 특정 정당에게 유리 또는 불리하도록 보도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을 통하여 언론은 최대한 공정한 보도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감정 문제와 결부시켜 본다면 공정보도의 개념이 여전히 선언적인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금번 총선 보도의 특징은 이전과는 달리 지역감정 보도 문제를 본격적인 논의대상으로 제기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지역감정 보도를 어떻게 해야 되는가의 문제가 없지 않았지만 이를 근원적인 문제로 취급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최근 이용훈 선거관리위원장의 지역감정 보도 자제 요청과 이를 수용한 방송사들을 둘러싼 공방과 관련된다. 방송사들의 보도자제 발표에 대해 신문사들은 일제히 사설과 칼럼을 통해 반격하고 나섰다. 보도 자제 요청은 많은 지역감정 보도가 지역감정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그 사실자체에 유권자들이 집착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지역감정 보도가 한편으로는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염증을 일으켜 선거분위기를 흐릴 수도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신문사들은 어떤 뉴스를 낼 것인가는 신문사의 편집권에 속하는 것이며(문화일보 3월 13일자) 오히려 지역감정의 단면들을 비판적으로 제시함으로서 국민들에게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토록 해야 한다(중앙일보 3월 13일자)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또한 지역감정 문제를 피상적이지 않고 심도깊게 다루어 그 문제점을 지적하면 된다는 논리(조선일보 이상훈 정치담당 부국장)도 제시한다.



그런데 3월 16일 중앙일보의 온라인 폴(OnlinePol)의결과에 따르면 지역감정 보도를 자제하는 것이 지역감정 보도를 하는 것 보다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압도적이다(73%). 비록 이 결과가 공식적인 조사를 통한 것은 아니지만 유권자 정서의 일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지역감정 보도는 정말 이 선관위원장의 말처럼 "만질수록 커지는 그 무엇"인가? 선관위원장의 자제 부탁은 아마도 언론의 ´기정 사실화´의 힘에 연유하는 것 같이 보인다. 즉 언론에 나게 되면 그것이 어떠한 의도에서이건 간에 실제적인 사실로서 구체화된다.



어쩌면 추상적인 개념의 지역감정이라는 것이 언론을 통하여 이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도 의미 있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언론이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 문제되는 것은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지역감정이 유령처럼 계속 떠돌면서 우리 의식 속에 잠재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언론의 공정한 보도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대변해 준다. 사실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팔아먹고 살아온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인 장치도 없다. 정치인들에게서 ´썩은 밀알´의 양심(한국일보 3월 15일자)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여느 선거 때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지역감정 보도를 통하여 반사이익을 받는 후보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지역감정에 대한 보도는 공정하게 보도하고자 하는 보도선거 준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고 정말로 언론이 지역감정 보도를 자제하는 것만이 능사인가의 대답도 쉽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지역감정 관련 보도를 하는 경우 이의 방향성 설정을 어떻게 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언론은 기정 사실화의 힘을 ´지역감정´이 아닌 ´지역감정 추방´을 기정 사실화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재진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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