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력 서울 재채기에 지방 몸살
호남신문 3명 인력난 타지이동 ´제작 차질´, 문책 인선으로 지방지 최초 여성국장 탄생
대규모 기자 이직으로 서울에서 시작된 지방기자 스카웃 바람의 여파가 결국 ´수혈처´인 해당 지역까지 번졌다.
9일 아침 호남신문 편집국은 예기치 못한 충격에 휩싸였다. 밤 사이 편집기자 3명이 한꺼번에 광주일보로 자리를 옮겼던 것. 이들 3명은 편집부에 남아있던 유일한 전문인력이었고, 남은 8명은 수습 4명을 포함해 사실상 정상적인 작업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 때문에 호남신문은 마감을 저녁 7시 30분에서 4시로 당기고 편집경험이 있는 기자들이 제목을 뽑으며 말 그대로 ´전사적인´ 신문제작을 하고 있으나 최종 대장이 밤 12시에나 나오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일 "상황을 뻔히 아는 같은 지방신문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전문인력을 다 스카웃해 간 것은 신문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며 사장, 편집국장의 항의전화와 지회(지회장 홍지영)의 항의방문이 이어졌다.
반면 광주일보는 "애초 1명을 접촉했으나 자의로 3명이 함께 옮긴 것"이라며 "신문 죽이기 운운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이번 ´호남신문 사태´ 저변엔 열악한 지방언론의 근무여건이 짙게 깔려있다. 대부분 편집기자 조판제를 실시하고 있어 서울에서 주요 스카웃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IMF 이후 60% 이상 삭감된 임금도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20면에서 24면으로 증면한 광주일보는 3월 들어 편집기자 1명이 한겨레로 떠났고 1명이 퇴사해 그동안 편집기자 12명이 근무해왔다. 절대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호남신문은 이보다 더 심하다. 지난해 연말부터 편집기자 6명이 경향신문, 디지털타임스, 스포츠서울, 한국일보 등으로 줄줄이 빠져나가 2월부터 16면으로 4개 면을 감면했다. 이 때문에 김원자 논설위원을 국장으로 발령내 종합지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여성 편집국장 탄생이라는 의의에도 불구, 사내에서는 10일자 인사를 이직을 막지 못한 전임 간부들에 대한 문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지역의 한 기자는 "서울로 인력유출이 심각한 지경"이라며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지방신문끼리 서로 기자들을 ´빼 가는´ 일도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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