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보도 방향을 놓고 언론 내부의 고민이 거듭되고 있다.
밖으로는 먼저 시민단체가 언론보도에 대한 감시의 칼을 빼들었다. 총선시민연대는 10일 언론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를 발족, 낙천.낙선 운동을 왜곡 보도하고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언론사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펴나가기로 했다. 운영위원장을 맡은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가장 극심하게 왜곡보도를 하는 신문을 선정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 등에서는 각당의 선거운동과 지역감정 발언을 둘러싼 언론의 ´단순 중계´, ´기사 따로 주장 따로´, ´양비론적 물타기´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언론계 안팎에서는 ´지역감정 발언을 아예 기사화하지 말자´는 의견도 적지않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10일 이용훈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편집.보도국장들이 참석한 세미나에서 "지역감정에 대한 보도를 아예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전의 지역감정 보도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현장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방송협회는 9일 합의를 통해 "선거와 관련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언동 및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여론조사 등의 방송을 억제한다"고 선언했다. 김상균 MBC 보도국장은 "지역감정이나 흑색발언은 육성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며 꼭 보도해야 할 것은 자막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영동 부산일보 편집국장은 "지역 이기주의적 보도나 선정적인 지역주의 발언은 배격하고 있다"며 "여론조사에 지역주의 관련 항목을 넣지 않는 것도 그같은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지역 신문사 대부분의 정치부장들은 더 나아가 지역감정 관련 사안의 비판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정치현실을 무시하거나 단순히 확대재생산을 우려해 기사화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상철 조선일보 정치담당 부국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언론이 지역감정 문제를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며 "아예 쓰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내부 논의를 거쳐 혹독하게 비판기사를 쓰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고 전했다.
언론계에서는 한 차례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정치인들의 잇단 지역감정 발언이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는 평가가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이상현 한겨레 정치부장은 "지역감정 보도를 하고 안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의도를갖고보도하거나 발언을 교묘하게 짜집기해 여론을 조작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기자협회는 총선보도준칙을 통해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후보 또는 정당을 적시하고 비판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지역감정에 편승한 정치권의 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단체의 보도감시는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치권의 구태를 어떻게 전과 다른 방식으로 보도할 것인가.´ 언론이 이번 총선에서 부여받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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