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사 "낮방송 고민중"
대부분 자체 프로 비율 낮고 재방송 위주
인력·예산 부족…광고 수익도 기대 못해
지난 1일부터 낮방송이 전면 허용됐지만 지역방송사의 자체 프로그램의 비율은 낮고 대부분 본사 및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수준이어서 낮방송에 대한 대응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9일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는 케이블 TV와 신문협회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낮방송을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자율로 허용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간 방송 시간은 기존 7천3백분에서 8천3백30분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지역방송사의 경우 실질적으로 낮방송을 할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1일 이후 낮방송 편성을 보면 본사의 다큐 프로그램이거나 재방송이 대부분이다.
한 지방 민영방송 관계자는 “사실 지역 민방은 낮방송이 강제 사항이 아니어서 종전처럼 아침방송만 해도 되지만 채널 이미지라는 것도 있고 다른 채널 다 하는데 우리만 안할 수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낮방송을 한다”고 말했다.
지방방송사가 낮방송을 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로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할 만한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지적된다.
그러다 보니 본사의 재방송 위주의 편성이 주를 이루고, 스포츠 종목을 편성에 부득불 끼어 넣고 있다. 급기야 외주제작 프로그램 구매를 통해 시간을 메우는 것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지방 방송사들은 토로한다.
자체방송을 검토하고 있는 KBS 춘천 총국 관계자도 “지역은 낮방송의 여력이 없다”며 “네트워크를 이용한 프로그램만 할 수 있을 정도고 나머지는 본사 프로그램의 재방송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위원회의 낮방송 허용 결정에 대해 극구 반대했던 주요 이유가 ‘시간 때우기 식의 중계방송이나 드라마 재방송 등으로 채워질 것’이었다는 점에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자체제작 비율의 비탄력적 적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한 지방MBC 관계자는 “지난 번 개편 때 자체제작 비율을 20.7%로 올렸는데 낮방송이 허용되면서 전체 방송시간이 늘어나 18.7%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18.7%도 외주를 포함한 것이어서 자체제작 비율은 더욱 떨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역방송협회와 방송위원회가 15% 정도로 자체제작 비율을 낮추는 것에 의견 교환이 있었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광고에 있어서도 낮방송은 C급으로 분류돼 있어 광고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오락프로그램 위주로의 편성도 못하는 실정이다. 방송위원회가 오락프로그램을 30% 이내로 제한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제대학교 김창룡 교수(언론정치학부)는 “이번 낮방송이 제대로 된 준비없이 졸속으로 시행된 것”이라며 “제작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 가운데 프로그램을 재탕·삼탕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고 방송접근권을 보장한다’는 방송위원회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방방송사의 낮 시간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띈다. 이들 방송사는 주 시청자들이 주부이기 때문에 ‘건강, 웰빙’에 맞추는 등 프로그램의 특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전방송의 ‘웰빙 클리닉’, 대전 KBS의 ‘여성매거진’, 광주방송의 ‘건강클리닉’ 등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대구 KBS의 ‘생방송 시사중심’ 등 지방 방송사들이 제작하는 시사정보와 뉴스, 교양, 문화 등을 알리는 시사 보도물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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