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한나라당 내분에서 신당 창당까지
참여인사 '심중 엿보기'에 밤낮 쏟아, 제발 역사적 퇴보의 관전자는 되지 말았으면
천영식 문화일보 정치부 기자
신당(가칭 민주국민당) 취재기자들에게 ‘기자실 없는 출입기자 ‘로서의 일주일간은 힘겨운 시간이었다. 특히 한나라당 출입기자가 아닌 지원 나온 기자들의 경우 생소한 사람들과 뒤엉켜 급조된 정당의 탄생을 추적하느라 고통의 연속이었다.
7인 색의 ‘무지개 연합 ‘이라고 불릴 만큼 개성이 강한 인사들이 추진하는 신당은 저마다 아이디어와 구상을 쏟아내면서 기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민주당 출입이던 기자가 한나라당에 파견된 것은 월요일인 지난 21일. 한나라당 공천 발표가 있은 18일에서 불과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은 ‘벌집 ‘이 돼버렸다. 조순 당시 명예총재와 김광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공천반납, 김윤환 의원 및 이기택 전 의원의 탈당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이다.
처음 파견됐을 때 이미 이수성 전 총리와 장기표 새시대개혁당 대표 등의 합류 선언으로 신당의 윤곽이 그려지고 있었다. ‘시간이 부족한게 오히려 장점 ‘이라는 윤원중 의원의 분석처럼 신당은 기존 정치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모양을 갖춰 나갔다.
“왜 하필 내가 신당 취재를 가야 하냐“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신당 창당의 급물살은 그같은 회의를 용납하지 않았다. 낮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흐름을 따라가기에 바빴고, 밤에는 신당 추진인사들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심중 ‘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사이 신당의 모양새를 결정짓는 주요한 계기가 두 차례 정도 이어졌다. 조순 의원과 이기택 전 의원이 22일 칩거에 돌입, 잠시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원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신당의 세를 규정하는 결정적 변수였다.
조순, 이기택씨의 신당 합류가 확인된 이후 본보는 부산 민주계의 대거 신당 합류 움직임을 1면(23일)에 보도하는 등 유일한 석간종합지로서 어느 정도 신당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해 나갔다. 이 전 총리의 취재과정에서 “민주당으로부터 대통령후보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했다“는 의외의 내용을 확인하는 소득도 얻었다.
신당 취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추진인사들 가운데 ‘독불장군 ‘이 많은 관계로 개개인의 의사를 매일같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참여 예상인사들의 예상치 못한 감정의 뒤틀림이 신당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계속주목해야 할 과제이다.
육체적 고통보다 더한 것은 정신적 고통이다. 신당은 조순 의원이나 장기표씨 등이 있긴 하지만 영남권을 중심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신당 취재에 나서기 전 회사로부터 “영남 출신이 맡는게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의 막막함이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이왕 새로운 정당으로 출범한 만큼 ‘지역정당 ‘으로 역사에 다시 죄악을 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역사의 퇴보를 지켜보는 기자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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