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재단 이사장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 14일 신임이사장 내정자와 언론재단 노조간의 합의각서 조인에 이어 15일 이사회의 내정자 승인으로 마무리됐다. 이에 지지성명을 내는등 재단노조를 적극 지원했던 언론·시민단체들은 예상외로 싱겁게 끝난 결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하간 '공천낙천자들의 하수처리장이 될 수는 없다'며 거부투쟁을 벌이던 노조는 노조대로, 혼미한 정국에 또하나의 불씨를 던지는 우를 범하고만 당국은 당국대로 명분을 잃은 상처와 향후 재단운영과 관련한 무거운 부담을 안게됐다. 당초 이번 파문은 지난1일 당국이 '이사회 추천을 거쳐 문광부장관이 임명'토록 돼있는 재단정관을 무시한채 초법적인 인사를 단행하자 노조가 이에 즉각 반발하면서 비롯됐다. '인사철회'를 주장하는 노조와 '관철'을 서두르는 당국간에 퇴로없는 대결국면이 펼쳐진 마당에 언론·시민단체들로서는 투쟁의 장기화를 점치며 노조의 장기투쟁을 우려의 눈길을 지원해왔던 터였다.
과연 노조는 이사장 내정자(14일 현재)에게서 어떤 합의를 이끌어냈기에 투쟁의 기치를 내렸는가. 왜 스스로 '경향신문 강제해직 사태의 주범' '정치권 퇴물'로 규정했던 내정자를, 또 '비민주적인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였는가.
각서에 따르면 합의내용은 △89년 경향신문 강제해직 사태에 대한 공식사과 △재단의 독립보장을 위한 의지 천명 △재단 사업 및 운영시 노조의 적극적 참여 보장 △6개월 이내 재단발전 마스터플랜 제시 및 노사합의후 이의 실천 △3개월 이내에 재단의 재정적 독립을 위한 기금조성 마스터플랜 제시 △이상 5개항 등 이사장의 전반적 재단운영에 대한 노조원들의 중간평가 수용 등 6가지다.
이들중 첫번째를 뺀 나머지 항목은 이번 파문에 대한 재단 임직원들의 문제의식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외부에 알려지기로 이번 인사와 관련한 거부논리는 '낙하산인사', '내정자의 기자 강제해직 경력' '경향신문출신 일변도인 이사진'등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재단 내부에서는 인사방식이나 자질문제등 형식논리보다 '외풍'에 의해 자립하지 못하는 재단의 위상과 미래가 더 현실적인 화두였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봄직 하다. '재단운영 혁신'으로 거듭날 재단의 새로운 모습은 어떤 것일까. 초법적인 낙하산인사 관행이 계속되는 조직이자립기금마련을 통해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그런 조직이 진정한 언론 정상화를 위한 시각을 유지해낼 수 있을지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그나마 '재단의 자립'과 '언론 정상화운동의 가속화'를 위해 이번 각서의 내용을 현실화시키고야 말겠다는 노조 천세익위원장의 결의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를 '너그럽게' 받아들인 신임이사장 내정자의 결의도 주목된다. 노사합의후 봉쇄가 풀린 뒤 열린 14일 이사회 의사록에는 앞으로는 '이사장임명과 관련한 정관내용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결의내용이 기록돼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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