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만가는 강릉MBC 갈등과 대립

노조 "잘못된 학연주의 뿌리 뽑아야"
정사모 "마녀사냥식 흑백논리 안돼"




   
 
   
 
지난 1일 강릉MBC 사옥 입구. 지난 5개월간 사장교체여부로 치열하게 전개됐던 구성원들간 갈등을 말해주듯 입구부터 각종 성명서와 해당 구성원들의 사진들로 도배돼 어수선한 분위기다.



“뻔히 눈에 보였던 결과였음에도 불구 정치인에게 속으면서까지 언론인임을 포기한 이들과 함께 근무할 수 없다”는 노조 측과 “‘마녀사냥식’ 논리로 무조건적인 징계를 요구하지마라”고 노조에 반발하고 있는 ‘강릉MBC 정상화를 위한 사원들의 모임(이하 정사모)’ 구성원간의 여전한 갈등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모습들이다.



지난 3월 ‘개혁’을 기치로 취임한 MBC 최문순 사장이 가장 먼저 단행한 지방사 사장 교체 인사에 반발, 5개월여 동안 극한 갈등과 대립을 빚어온 강릉MBC 사태는 지난 7월 22일 주주총회에서 김영일 전 사장의 사퇴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강릉MBC는 김 전 사장의 사퇴 이후 현재까지 1개월이 넘도록 특정고 인맥을 둘러싼 고질적 ‘학연주의’에 발목 잡혀 구성원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사실상 김 전 사장의 편에 서서 본사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정사모’ 구성원들에 대한 MBC 본사의 특별 감사결과가 전해지면서 ‘정사모’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노조와 ‘정사모’측의 대응이 다시 격해지는 양상이다.



MBC 본사 감사팀은 팀장급 3명을 파견해가며 특별 감사를 시행했으나 현 사규로는 ‘정사모’ 구성원에 대한 징계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MBC 본사 감사팀은 “‘정사모’라는 단체가 행한 행위나 구성목적에 대해 딱히 규정위반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만한 위반사유를 찾기 어려웠다”며 “만약 본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강릉MBC 내부 자체 인사위원회를 통해 공정하고 원칙적인 입장에서 징계를 해도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다 무려 십수 명이 징계조치까지 당했던 노조원들은 MBC 본사의 감사가 지역의 골 깊은 ‘학연주의’ 폐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본사 감사결과와 상관없이 강릉MBC의 정상화를 위해 ‘정사모’에 대한 자체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는 지난달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의 뜻으로 ‘정사모’ 소속 보직간부 5명을 포함한 7명의 강릉MBC 구성원들을 특별명예퇴직시키는 조치를 직간접적으로 취했지만 아직도 근무 중인 나머지 ‘정사모’ 구성원 15명도 이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강릉 MBC의 한 노조원은 “20여년 동안 철저하게 특정고 인맥에 의해 좌지우지 됐던 강릉MBC가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게 됐다”며 “특정고 인맥의 힘에 의해 같이 일하던 동료가 아무렇지 않게 징계되고 욕먹는 상황을 만든 장본인들이 아직도 뻔뻔하게 같이 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또 다른 노조원은 “정치꾼에 불구한 한 주주에게 농락당하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줄 모르며 특정고 인맥에 기대 호위 호식한 그들을 어찌 언론인이라 할 수 있겠느냐”며 “금전적으로 보상을 해서라도 그들을 내보내야한다는 생각이 노조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사모’ 구성원들은 “노조의 논리는 구성원들을 마치 흑과 백으로 나눠 마녀사냥식으로 몰고가는 꼴”이라며 “법과 원칙대로 책임을 묻는다면 충분히 따를 용의가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노조의 논리대로 상황이 전개될 경우 이는 언론인으로서 도저히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정사모’에 가담했던 한 기자는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접근한 최돈웅 주주에게 속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정사모’가 무조건적으로 김영일 전 사장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지역 사정을 고려치 않은 MBC 본사의 일방적 광역화 정책에 대한 반기를 든 것인 만큼 그 의도는 충분히 참작해야 된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사태가 곤혹스럽기는 지난달 뒤늦게 취임한 조승필 사장도 마찬가지.

조승필 사장은 노조와 ‘정사모’측의 갈등과 관련,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강릉 MBC 내부의 상황을 좀더 들여다봐야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당장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현재 강릉 MBC 사태는 자체 인사위를 통한 해결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6일 강릉 MBC 노조 신종엽 위원장은 “본사의 감사결과를 크게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며 “본사 결과를 토대로 강릉MBC 자체 인사위가 열려서 어떤 결과가 도출된다면 그 결과를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MBC의 한 구성원은 “디지털화나 DMB 등 지방 MBC가 급변하는 미디어환경에 부응하기 위해 할 일도 많은 상황에서 아직도 구성원간 갈등을 해소하지 못해 정상화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은 MBC 전체의 손실”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이번 사태가 조기에 그리고 원만히 수습되길 기대한다”고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강릉=이종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