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방북 취재를 경험한 기자들의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남북이산가족상봉, 남북장관급회담, 적십자회담, 언론사사장단 방북, 8·15민족통일대축전 등 수 차례에 걸친 남북교류에 공동기자단으로 참석한 기자들 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북한을 방문한 기자들도 상당수 있다.
이처럼 북한을 직접 방문하고 취재한 기자들이 늘어나면서 북한에 대한 기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온 것이 사실이다. 북한을 다녀온 기자들의 한결같은 말은 “북한에 변화의 바람이 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29일 한국이웃사랑회 대표단과 함께 4박 5일간 평양을 방문한 동아일보 신석호 기자는 “북한에 경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돌아와서 얼마 후에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가 보도됐다. 짧은 기간동안 통제된 상황에서 본 것이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더 공부하고 기회가 되면 한번 더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남쪽 관광객의 참관이 불허된 가운데 유일하게 아리랑 축전을 취재한 이영종 기자도 한 대북지원 단체의 홍보자문위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 단체의 홍보사절로 방북하려던 인기그룹 god가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하면서 대신 가겠다고 나선 것이 단독 취재라는 행운을 안겨준 것이다.
이 기자는 “대북지원 단체들의 방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기자들이 민간단체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면 북한에 갈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며 “이제는 기자가 직접 가서 보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을 자주 접하면서 실망스런 부분이 늘어난다는 기자도 있다. 평양만 3번을 방문한 한 신문사 기자는 “북한이 못 사는 이유는 외교적 고립 때문일 수도 있으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며 “북한 동포들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 하지만 정치를 제대로 못해 주민들을 못 먹이는 집권세력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취재는 아직까지 기자들의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3월 11일간 북한을 방문 취재했던 MBC 김현경 차장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북한 사회는 아직 통제되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취재가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실상을 보고 싶어하는데 북한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고 한다.많이 설득하면서 취재를 했는데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북한을 다녀온 기자들의 수가 예전에 비해 부쩍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김 차장의 말처럼 본격적인 북한 취재는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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