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문업계에 들리는 것이라곤 우울한 소식뿐이다. 특히 스포츠신문 기자들은 우울함을 넘어 절망의 한숨이다. A스포츠지의 경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소 30%에 이르는 대폭적인 임금삭감, 전직원의 15% 무급휴가 실시, 주 5일 발행 검토 등 파격적인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스포츠지들도 상여금 대폭 삭감, 휴가 명령제 도입, 각종 수당과 보조금 및 학자금 삭감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신문들이 대대적인 감량경영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광고 게재액이 전년 대비 최소 30∼40% 줄어들어 생존 자체에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스포츠신문에서 떨어져 나간 30∼40%의 광고 게재액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스포츠신문에서 빠져나간 광고가 간 곳은 바로 ‘메트로’ ‘포커스’ ‘AM7’ ‘굿모닝 서울’ 그리고 최근 폐간을 결정한 ‘메가스포츠’ 등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우후죽순격으로 창간된, 이른바 ‘무료신문’들이다.
대부분의 무료지들은 중앙언론사에 발행한다. 스포츠신문에서 발행하는 게 대부분이고, 일부는 종합일간지에서도 만들고 있다. 처음 무료지의 선두주자들이 히트를 치자 일부 신문사들은 무릎을 치며 이들을 부러워했고 곧이어 너도나도 무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 역시 무료지 시장에서 재미를 보는 것 같았다.
지금 스포츠신문들이 맞고 있는 위기는 냉정하게 보면 자업자득(自業自得)이고 자승자박(自繩自縛)이다. 광고주들이 책정하고 있는 신문광고액 총량은 사실상 변함이 없는데, 마구잡이로 무료지를 창간했으니 스포츠신문으로 갈 광고가 어디로 가겠는가. 무료지는 처음부터 제살 깎아먹기였다.
종합일간지나 스포츠지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근원적인 위기는 광고액 축소에만 있지 않다. 신문사 사주(社主) 입장에서는 당장 광고액 격감을 걱정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인가. 그것은 1차원적이다. 무료지들은 ‘기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생득적(生得的)으로 고되고 욕먹는 직업을 선택한 기자들을 견디게 하는 에너지는 무엇인가. 팩트 하나로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사회를 진보시킬 수 있다는 직업적 자부심이다. 그래서 그들은 한 줄의 새로운 사실을 건져내기 위해 몸을 던져왔다.
이런 점에서 “무료지들의 최대 미스테이크는 바로 기자들의 땀과 눈물의 결정체인기사를 공짜로 나눠주겠다는, 그 무시무시한 발상”이라는 일부 기자들의 지적은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아마도 적지 않은 기자들이 무료지들을 찬찬히 넘겨보면서 ‘그렇다면 여기에 실리는 기사를 쓴 사람은 뭐가 되나?’라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받았을런지도 모르겠다.
기자들의 땀의 대가가 무료로 나눠지고, 그것이 10여분 만에 아무렇게나 지하철 선반 위에 내팽겨쳐지고, 종국에는 늦은 밤 청소원들의 불만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현실. 사실 일부 유력지들조차 포탈사이트에 수백명 기자들이 새벽부터 발품을 팔아 작성한 기사를 헐값에 팔아 넘기는 일을 스스럼 없이 저지르고 있다. 그러고도 눈 하나 깜짝 않는다. 대한민국의 기자들은 고작 이런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 자는 남들로부터도 존중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꼭 말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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