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변했어” “잘 된 일이야. 우리도 변해야지”
며칠전 제주도에서 열린 모 재단주최의 1박2일 세미나에 다녀온 한 기자의 말이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저녁 회식은 물론 2차도 없었고 다음날 골프 부킹도 없었다는 얘기다.
그 기자의 말처럼 언론은 변해가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어쩌면 그 이상 변화하고 있고 또 일정부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지금 개혁의 대상이다.
언론개혁이 화두다. 총선이 끝난 뒤부터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고 있다. 소유지분제한, 독과점방지, 신문공동배달제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여당은 9월 정기국회 때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얘기되는 방법들이 몇몇 신문을 대상으로 한 것임은 금방 알 수 있다. 방송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야당은 방송개혁을 중시하는 눈치다. 공정방송과 공영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방법론이 거론되자 엇갈리고 있다. 신문과 방송이 엇갈리고 신문과 신문이 엇갈린다. 정치권을 따라 언론이 춤을 추고 그 언론을 따라 다시 정치권이 춤을 춘다. 화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과감한 개혁을 외치면 여당 쪽, 서서히 혹은 방송먼저를 말하면 야당편으로 구분된다. 언론개혁을 놓고 이렇게 전선 아닌 전선이 형성됐다. 개혁과 반개혁, 메이저와 마이너, 보수와 진보 등의 용어로 전선의 양쪽이 표현되기도 한다. 그래서 언론개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엄청난 국론분열, 혹은 커다란 싸움을 예상하는 사람도 많다. 진부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을 다시 한번 곱씹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먼저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언론개혁을 우린 경계한다. 정치권이 주도하는 언론개혁은 그래서 위험하다. 한쪽을 죽이고 한쪽을 살리려는 의도, 자기편 논리에 충실한 언론키우기라는 의심이 남아서는 곤란하다. 언론개혁은 언론인들의 취재 보도를 향상시키는 방향, 진실과 공정한 보도가 보장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한다.
언론개혁의 또 다른 걸림돌은 사주로 대표되는 자본이다. 그들은 인사권을 쥐고 편집권을 넘나들며 공정보도, 진실보도를 침해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기자를 사유화하고 충실한 용병으로 만들어 전선에 앞세운다. 이런 의미에서 앞서 밝힌 언론끼리의 전선은 무의미해 보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치논리와 자본논리에 휩싸여 ‘용병’이 된 기자들이야말로 언론개혁의 가장 큰걸림돌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언론개혁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했다. 논란이 되는 언론 개혁 방안들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성명의 요지는 기자들이 개혁의 주체로 서겠다는 것이다. 기사 한 줄, TV 뉴스 한 대목으로 국민에게 희망이 되고 사랑이 되고 어둠을 밝히는 촛불이 돼야한다고 선언했다. 그 의미는 무엇보다 기자 스스로의 자정노력, 그리고 정치와 자본의 논리에서 탈피해 진실과 공정보도를 생명으로 아는 기자로 거듭나려는 자구노력이야말로 언론개혁의 시작이라는 외침이다.
그렇다. 우린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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