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있는 방안 마련 자정운동 반복 막아야'
언론계 '비리-반성 악순환 이번에 끝내자
언론계 비리와 이어 나오는 자정 움직임은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언론 문건 사태를 매개로 자정운동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기에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그동안 여러 차례 자정 움직임이 있었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의 자정운동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그간 자정운동에서 교훈을 얻어 실효성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언론 문건 사태가 정치공방으로 비화되고 있지만 일부 기자들의 빗나간 행각은 그간 기자들의 자정 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기자들의 직업윤리는 간 데 없고 여전히 정보의 독점을 통해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잇달아 기자들의 비리가 들통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은 대국민 사과와 윤리 의식 실종을 자성해 왔지만 구두선에 불과했다.
'일부'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기자들의 자정운동은 '실효성'과 마찰을 빚으며 검은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90년대 들어 기자들이 톡톡히 망신을 당한 대표적 사례는 90년 수서 촌지 사건과 91년 보사부 촌지 사건. 수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진 보사부 출입기자들의 촌지수수 사건은 언론계를 발칵 뒤짚어 놓았다.
촌지 충격 속에서 촉발된 자정운동은 당시 언론들로 하여금 앞다퉈 금품 수수 거부, 기자단 폐지, 윤리강령 제정을 서두르게 했다. 언론들은 그 때에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국민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했다.
해당 보사부 기자단은 그해 11월 ▷기자단 해체, 간사제 폐지 ▷보도 관련 담합, 청탁, 촌지 등의 금품 수수 등 일체의 부조리 배격·경계 ▷소속 언론사가 기자실 운영비 공동 부담 등의 원칙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자정 노력의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수서 사건은 당시 민자당 기자실의 '월례성 촌지' 거부, 대통령 해외 순방 취재 항공료를 언론사에서 지불하는 등 가시적 조치들이 나왔다.
이때 신설된 통일부 기자실에선 각 언론사별로 3만원의 회비를 갹출해 통신비, 식비 등 기자실 운영비로 충당키로 결정해 현재 전체 기자실 운영 방식으로 정착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96년에는 보다 구체적인 신문윤리강령이 나오면서 기자사회가 한결 성숙된 윤리 의식으로 무장하는것처럼보였다.
그러나 '문일현-이도준' 기자의 결탁·혼탁 사례가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언론계에는 또다시 자정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두 기자의 파렴치한 행각으로 기자 사회 전체를 매도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의 본질을 기자 윤리로 귀착시키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 "기자들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대충 정치 공방으로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의도"라는 상당수 기자들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기자사회 일각에서는 "우리들이 반성할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언론사 간부는 "91년 당시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며 자정을 결의했지만 실제로 사문화한 것으로 여기고 지켜지지 않는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서 "일반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애써 회피해선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여전히 기자들은 골프 접대와 술집에서 흥청망청 대는 향응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유람성 해외 여행에 대한 경계심은 한층 풀어진 것"이라고 이 간부는 지적했다.
노조위원장을 지낸 신문사의 한 차장은 사주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발행인과 편집 간부들이 책임있는 윤리강령을 강력히 시행해야 한다. 이미 90년대 초 발표한 국민들과의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 먼지에 뒤덮인 윤리강령을 방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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