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가장 중요한 자원은 정보다. 개인은 물론 국가마다 가치창출의 근원인 정보를 가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하고 있다. 정보를 얻는 자는 힘이 생기고 권력도 누린다. 반면 정보가 없거나 잘못된 정보를 가진 개인이나 국가는 경쟁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를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교육을 통해서 습득하고 급속도로 성장한 인터넷으로 획득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정보는 언론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언론이 얼마만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느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개인이나 국가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언론은 스스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정보제공자로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우리언론은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는 언론의 순기능은 잊어버리고 자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보전달에 열을 올리고 있다. 권력화 된 언론은 동원 가능한 모든 것을 이용, 자사의 입장을 공공연하게 주장해 왔고, 뉴스가치도 자사의 이익에 따라 결정했다. 이 같은 현상은 탄핵정국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 일부 언론은 노골적으로 자신을 위한 주장을 폈고, 급기야 자기 방어적으로 다른 언론사를 비난하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이어졌다. 변명이 또 다른 변명을 낳고, 급기야 자기 자신도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는 혼돈 속에 빠진 언론. 결국 언론 스스로 혼돈에서 벗어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지경이 됐다. 오히려 교묘하게 자신을 숨기기 위해 정보를 가공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보도의 범위도 더욱 확대되는 징조는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우리민족의 염원인 통일은 물론 외교, 경제, 문화까지도 자사의 입장에서 각색함으로써 이제 언론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민족의 장래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각색된 정보, 잘못된 정보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언론의 보도가 역사의 기록이라는 지사적인 요구가 아니더라도 이제 언론은 국민과 민족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
신문은 사설과 칼럼을 통해, 방송은 논평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솔직히 밝히고 독자와 시청자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솔직한 자기고백을 법이 허용하고 있느냐는 차후 문제다. 각 언론은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당당히 주장하되, ‘사실’에 대해서는 지극히 객관성을 유지, 독자와 시청자들이 정보를 판단할 수 있게하라.
기자들도 솔직해져야 한다. 자사의 입맛에 따라 사실 자체를 왜곡하고도 부끄러워 할 줄 모르고 오히려 정당화시키려는 태도로는 더 이상 언론개혁은 기대하기 힘들다. 단일한 사안에 대한 시각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수 백명의 기자가 모두 한결같이 동일한 방향일 수는 없다. 소수이지만 탄핵정국과 관련한 기자들의 자사 비판과 문제제기는 고무적이다. 우국충정의 결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잘못된 정보에 대한 책임의식은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역사적 전환기에 서 있다. 눈앞에 다가온 총선과 탄핵정국이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라도 언론이 더 이상 객관적인 사실까지도 자사의 입맛으로 각색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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