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동아·조선의 친일 사과를 기대한다

엊그제 3·1절 84돌이 지났다. 우리 민족이 일제의 억압과 사슬에서 벗어난 것도 어언 육십갑자를 한 바퀴 돌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친일·반민족 행위의 진상을 밝히지도, 청산하지도 못했다.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특별법’은 핵심 조항이 빠지거나 고쳐지는 등 누더기가 된 채 국회 본회의를 간신히 통과했다.

언론계에서도 청산하지 못한 친일·반민족 행위가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3·1운동의 성과물로 일제가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바꾸는 과정에서 탄생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과거 낯 뜨거운 친일행적을 보인 것은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리고 두 신문이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하지 않는 한, 과거의 행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 신문의 친일행적은 지금도 옛 신문을 들춰보면 역사적 사실로 생생히 살아난다. 두 신문은 일제 치하에서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1면에 일왕 부부의 사진과 함께 황국을 찬양하는 기사를 실었다. 마지막 자존심까지 팽개친 채 신문의 상징인 제호를 끌어내리고 그 위에 일장기를 버젓이 올리는 일도 저질렀다.

일장기 말소사건으로 일제를 자극하자, 사주는 “성냥개비로 고루거각을 태워버렸다”며 이 사건을 주도한 기자를 해직했다. 그러고도 ‘항일민족지’라는 열매를 탐하는 적반하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두 신문이 침묵으로만 일관한 것은 아니다. 두 신문은 지난 2000년 창간 80돌 기념 사설에서 “어둡고 어려웠던 시기에 과연 민족민주언론의 제 할일을 다했느냐는 물음에는 자괴와 함께 뼈저린 반성을 한다”(동아)거나, “이제까지 할 말을 다해왔는가 자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뜻에서 우리는 때론 정직하지 못했고, 또 왜곡의 길을 택하기도 했다. 할 말을 삼간 적도 있고 해야 할 말을 안 한 적도 있다”(조선)라며 자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상적인 낱말의 나열일 뿐, ‘제 할일’이 무엇을 일컫고 ‘왜곡의 길’이 무엇을 가르키는 말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당당하게 사과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더욱이 “서슬퍼런 일본 군국주의의 칼날을 버텨내기 위해 친일은 그 시대의 ‘숙명’이었다”는 말을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으며, ‘반성’ 보다는 ‘해명’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왔다.

이런 변명은 역사의 진실을 기록하고 시대를 대변하는 언론사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일왕의 만수무강을 기원하고, 일본의영원을 주창했던 입으로 어떻게 자사 기자들에게 ‘지사 정신’을 요구할 수 있으랴. 학도병 참전을 독려하는 글을 읽고 일본의 침략 전쟁에 나가 죽어간 영혼들에게 이런 변명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중앙일보는 지난해 연말 기획으로 자사 오보에 대한 정정기사로 특집을 꾸며 언론계 안팎으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논조를 왜곡하고 시대를 곡해한 대목은 놔둔 채 단순한 오보의 정정에 그쳤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런 ‘기록의 정정’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기록은 역사의 진실이다. 이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다가오는 창간 84돌 기념호에서 자신들이 ‘기록’한 친일의 ‘역사적 진실’을 숨김없이 나열하고 민족과 역사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길 기대해 본다. 우리의 주장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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