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생각 열린 신문"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중앙일보의 행보가 힘차다. 새해 벽두부터 신문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격할인 자동납부 캠페인은 신문 보급관행에 일대 파란을 몰고 왔다. '빅3'라 불리는 대형신문들은 중앙일보의 발빠른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일보는 중앙의 캠페인 개시 5일만에 신문값 인하에 동참하고 나섰다.
지국을 통한 재래적 독자관리가 아닌 본사에서 독자정보를 직접 관장하면서 과다한 판촉비용을 절약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확한 독자 정보를 갖게 되면 신문사는 뉴스콘텐츠만 편집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정보기관으로서 부가적인 정보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이는 신문사의 추가적인 활로로 기능할 수 있다. 한편 미디어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자본력이 뒤떨어지는 중견신문 지방신문들에 미치는 향후 파장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동아 조선 중앙 대형지들은 판에 박은 듯 비슷한 1면 톱과 유사한 앵글의 사진을 올리곤 했었다. 이때부터 ‘조중동’이란 비아냥이 인구에 회자되었다. 3사의 보도 편집태도는 정권과 예각을 이루며 정파적 긴장관계를 오랜 기간 유지했다. 언론사에 대한 대대적인 국세청 조사라는 사태도 촉발한 바 있었다.
중앙일보 발행인 홍석현 회장은 올 신년사에서 "지면의 질을 본격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킬 때"라고 선언하면서 "이는 다른 신문과의 차별화된 지면으로 가시화 된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또 사원들에게 "동아 조선이 아닌 전 매체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해 말부터 중앙일보의 지면은 눈에 띄게 달라져 보인다. 특히 1면 뉴스구성은 동아 조선과 확연한 차별성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여야 정당간의 정치공방을 과감하게 탈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신 경제적인 이슈로 활기찬 거점국가 건설을 위한 기획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사교육비 문제를 짚어간 신년기획 교육개혁시리즈 또한 안팎의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경쟁지들이 정치권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일일 중계보도를 톱기사로 올릴 때 정치자금에 대한 획기적 개선과 새 틀 짜기를 제안하고 있다.
뉴스 발생의 호흡이 짧은 한국사회에서 판박이 보도를 탈피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팩트 위주의 중계보도 단순전달은 이제 일간지의몫이 아니다. 지상파방송은 물론 인터넷 뉴스사이트는 동영상 이미지화상을 첨부하면서 실시간으로 콘텐츠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뉴스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신흥미디어의 거센 도전을 감안할 때 중앙일보의 건설적인 의제설정식 보도태도는 바람직하다. 충분한 취재와 참신한 기획으로 전문가들도 감탄하는 긴 호흡의 기사로 승부해야 일간지 수용자 지지가 지속되고 계속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식상한 국내 정치의 대치국면 교착상태를 톱기사로 올려 갈등을 증폭하는 보도태도는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잃고 있는 시점이다.
이제 신문은 보편재가 아니다. 대중매체로서 올드미디어인 신문은 특정 독자층을 감안한 맞춤식 편집으로 승부해야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신문은 문자를 통한 독특한 서술능력 묘사능력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는 틈새상품이 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중앙일보의 참신한 발걸음을 주목하고자 한다. 아울러 국내 신문사중에서 가장 많은 매체를 거느린 중앙일보미디어네트워크의 경쟁력 변신을 눈여겨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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