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방송이 신문에 말문을 열었다. 24일 첫 방송된 KBS '정범구의 시사비평'은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와 함께 국정감사 보도와 중앙일보 사태에 대해 비평했다. '시사비평'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미디어비평을 다룰 예정이다. 라디오방송에선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진행 정범구)이 95년부터 매주 목요일 언론비평 코너를 운영해왔지만 TV방송에서 정기적인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독일에서의 재충전 후 양 방송사의 마이크를 다시 잡은 정치평론가 정범구 박사를 21일 만났다. "내 이름을 걸고 하는 비평프로그램인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다부진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TV방송으로선 최초의 언론비평 프로그램이다. 그 의미를 평가한다면?
"이젠 때가 된 게 아닌가 한다. 언론개혁, 공정보도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신문은 사회의 모든 것을 비판하면서 자기비판에는 왜 인색한가에 대한 문제 의식도 높아졌다. 그동안 언론사업의 자유는 있었지만 진정한 언론의 자유는 없었다. 이 프로그램이 장수하기는 바라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문제제기의 첫 걸음을 뗐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다른 방송사에도 본을 보여 성역이 허물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앞으로 미디어비평의 방향은?
"시장 이야기를 하고 싶다. 여론시장에서도 공정경쟁을 해야 하는데 시장이 그동안 왜곡되어왔다. 힘 있는 집단의 목소리는 과대인용됐고 힘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과소평가됐다. 특히 신문 여론시장의 경우 사기업의 성격이 짙은데 몇 개 신문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생산하는 여론이 옳은가 공개시장에서 검증해보자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여론시장 형성에는 품질 검증이 필요하다."
그동안 신문의 신문비평, 방송비평은 있었는데.
"신문의 품질관리는 한겨레 등 일부 신문만 했었다. 나머지 신문들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동업자에게 관대하게 대응해왔다. 미디어비평은 상품으로서 언론이 서로, 또는 스스로 품질을 관리하는 것이다. 언론사 간 침묵의 카르텔은 깨져야 한다."
미디어비평 코너는 어떻게 꾸려질 예정인가.
"CBS '시사자키'의 미디어비평은 손석춘 한겨레 여론매체부 기자, 김종배 미디어오늘 편집장 등 미디어비평가들을 초대해대담을나누는 형식으로 진행해왔다. 그런데 '시사비평'은 TV(에선 처음하는 미디어비평프로그램)이라 아직 정해진 형태가 없다. 제작진과 계속 협의하고 언론학자, 전직 신문기자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의 자문과 평가를 받으면서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직접 신문지면을 보여주고 시청자가 차이점을 비교하게 하는 등 TV의 비주얼한 측면을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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