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4일 부안군수의 핵폐기장 단독 유치신청으로 촉발된 `부안사태'가 벌써 4개월을 훌쩍 넘기고 있다. 언론들도 그간 앞다퉈 이 사태를 보도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초기와 달리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접근보다 시위와 폭력 등에 초점을 맞춘 보도 양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민란' `준계엄' `제2의 광주사태' `제2의 동학혁명' `주민 8명당 경찰 1명' 등의 제목을 보듯 자극적인 시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이로 인해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지면 정부로 하여금 해결을 촉구하거나 압박하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전례에 비춰 볼 때 문제의 본질은 제쳐 두고 공권력에 의한 주민 진압만을 부추길 위험성이 더욱 크다.
최근 신문과 방송의 논조도 `손놓은 정부'와 `이성을 잃은 주민들'을 동시에 질타하는 게 많았다. 그래서 이해 당사자들의 비난을 의식한 나머지, 단순 사실의 전달이나 기계적인 중립으로 `객관'을 포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가 하면 공권력 붕괴에 초점을 맞춰 현지의 전·의경에 대한 수난 사례를 부각시키는 매체도 있었다.
극으로 치닫고 있는 부안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참으로 한가한 언론이란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긴요하고 절실할 때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게 언론의 책무다. 그런 점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사실 위도는 과거 안면도(1990년)나 굴업도(95년) 사태 때와 달리, 처음에는 분위기가 썩 좋았다. 위도주민 과반수가 유치에 일단 찬성했고 기초단체장도 자발적으로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언론이 처음부터 주민들의 불만을 깊게 경청하고 정부측의 해결을 독려했다면 반핵운동으로까지 확산되지 않고 양자가 승리하는 좋은 선례를 남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언론은 `올바른 국책사업의 선정 절차'에 천착한 나머지 갈등의 원인을 심도있게 들여다보는데 소홀했다.
그러다 보니 양측의 주장이 충돌하면서 자녀 등교거부, 고속도로 점거, 촛불시위에 이어 농기구까지 든 격렬한 시위로 사태가 확산됐다. 부안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같은 보도에 불만을 품고 취재하러온 기자들에게 강한 적의까지 보이고 있고 다른 지역 국민들에게도 『생업을 제쳐두고 싸우는 이유를 아는가』 『힘센 사람이 많은 서울 강남에 혐오시설 하나 들어선 적이 있느냐』 『타당성 조사는 공정했나』라고 되묻는다고 한다. 급기야 24일 민언련에서도 부안사태 보도의문제점에 관한 긴급 토론회를 열어 앞서 제시한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됐고 한다.
당초 위도문제는 당국이 주민들을 현혹하거나 의사를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돼, 해법도 민주적 절차의 복원과 핵폐기장이 부안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포괄적 기술영향평가제도를 통해 찾았어야 옳았다.
언론은 이제라도 『주민들에게 핵폐기장에 관한 충분하고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하라』고 했던 2001년 4월 미국 국가연구위원회 산하 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의 정책보고서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더 이상 곡괭이와 쇠갈퀴, 곤봉과 방패를 이번 분쟁의 주인공으로 부각시키지 말고 보다 핵심인 부안 민심과 대안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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